“우리, 비록 수는 적으나 그렇기에 행복한 우리들, 우리는 모두 한 형제(band of brothers)다.”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헨리 5세’에서 백년전쟁 당시 불과 6000여명의 병력을 이끌고 프랑스로 진격한 영국 왕 헨리 5세가 아쟁쿠르 전투를 앞두고 행한 연설의 한 구절이다. 아쟁쿠르 전투에서 영국군은 대승을 거뒀고 북프랑스는 영국의 지배 하에 들어갔다. 영국 역사학자 존 키건은 저서 ‘전쟁의 얼굴’에서 “전쟁에서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가능하지 않은지에 대한 설명은 모두 리더와 부하 사이의 인간적 유대에서 비롯된다”며 그 사례로 ‘밴드 오브 브라더스’를 외치며 함께 싸운 헨리 5세를 꼽는다.
오늘날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전우를 가리킨다. 미국 역사학자 스티븐 앰브로즈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 제101공수여단 소속 이지중대원들의 전우애를 다룬 책의 제목이 됐다. 이지중대원들은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 적 후방으로 침투해 프랑스로 진격하는 진입로를 확보한 페가수스 작전, 혹한기 아르덴 숲에서 독일군 최후의 대반격을 막아낸 벌지 전투 등에 참여했고, 독일 다카우 유대인 수용소에 처음 진입해 참상을 목격하기도 했다. 이들은 훈련, 위험, 희생뿐 아니라 전쟁이 끝난 뒤의 승리의 기쁨과 죄책감까지 함께했다. 이들은 종전 후 수십년이 지나서도 친구나 가족에게서 느끼지 못하는 끈끈한 유대감을 유지했다고 한다. 군대 특유의 문화와 전쟁 경험이 이러한 정서의 근원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