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태평양 전략에 집중하고 있는 미국이 ‘전략적 경쟁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무력시위에 셈법이 복잡하다. 중국이 대만에 대한 압박을 끌어올리고 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높아지면서 미·중은 물론 미·러 간 긴장감도 덩달아 고조하는 모양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끔찍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화상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에 대한 ‘가드레일’ 필요성을 논의했다고는 하지만 불씨는 여전한 셈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이뤄지는 러시아의 군사적 활동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강조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주권 및 영토적 통합성에 대한 미국의 지지도 재확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국 정상의 회담 소식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에 대한 보도가 나온 뒤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4일 미 정보당국 문건과 익명의 고위 관료들 발언을 인용해 내년 초 러시아가 병력 17만5000명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일 블링컨 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회동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에 대해 “만약 러시아가 대립을 추구하기로 결정한다면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라브로프 장관도 “우크라이나를 미국의 지정학적 게임에 끌어들이는 것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일각에선 악화일로를 걷는 우크라이나 정세가 미·러 화상 정상회담을 계기로 누그러질 가능성도 제기한다.
한편 이번주 바이든 대통령 주도로 열리는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부패와 인권침해 등을 자행한 외국 정부 당국자와 관련자들을 대거 제재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 정부 당국자들은 누가 제재 대상이 될지 언급을 피했다. 다만 민주주의 정상회의 자체가 중·러 등 권위주의 세력에 맞서기 위한 것인 만큼 중국과 러시아 인사가 제재 대상에 오를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지난 23일 미국이 공개한 초청국 명단에 중국·러시아는 빠졌고 대만·우크라이나가 들어갔다.
중국은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향해 “패권 정치”라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3일 밤 샤 메흐무드 쿠레시 파키스탄 외교장관과 전화통화에서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해 “미국의 목적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패권에 있다”며 “민주를 기치로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하고, 민주적 가치를 남용해 세계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 4일 총 2만2000자 분량의 ‘중국의 민주’ 백서를 공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