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근무시간 중 마흔 바구니를 따야 한다. 한 바구니는 1㎏ 이상이 돼야 한다.’
경남 밀양시의 한 깻잎 농장에서 일하는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A씨는 지난달 농장 주인으로부터 이런 내용이 담긴 서류(동의서)에 서명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하루 작업 할당량으로 정한 마흔 바구니를 채우지 못하면 바구니당 1500원을 급여에서 삭감한다고 했다.
지난 8월13일부터 10월19일까지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6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주간 노동일이 ‘7일’이라는 응답 비율은 29.5%(18명)에 달했다. ‘6일’이란 답변도 31.1%(19명)이었고, ‘1∼5일’은 39.3%(24명)였다. 이들 중 농축산업 종사자의 경우 주 7일 노동 비중이 54.8%(17명)로 제조업(3.6%) 대비 월등히 높았다.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비율도 농축산업 종사자가 69.7%로 제조업(28.6%)보다 2배 이상이었다.
이들 응답자 중 20% 이상은 본인의 건강 상태에 대해 ‘나쁜 편’이라고 답했다. 주관적인 건강상태를 물은 결과 ‘보통’이란 답변이 65.1%(41명)로 가장 많았고, ‘나쁜 편’(‘매우 나쁘다’ 포함)은 22.2%(14명), ‘좋은 편’(‘매주 좋다’ 포함)은 12.7%(8명)였다. 사고로 결근한 적 있는 응답자는 28.6%(18명), 질병 때문에 결근한 적 있다고 답한 비율은 42.9%(27명) 수준이었다.
아파서 근무를 쉬는 건 그나마 나은 경우다. 응답자 2명 중 1명 이상(55.6%)은 아픈데도 일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근무지 내에서 폭력을 경험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응답자 중 50.8%(복수응답)가 최근 한 달 내 언어폭력을 당한 적 있다고 답했다. 모욕적 행동 경험은 39.7%, 위협 23.8%였으며 신체적 폭력도 20.6%나 됐다.
이주노동자단체 측은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 권한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외국인고용법 25조에 따르면 이주노동자가 직장을 옮기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먼저 근로계약을 해지하려 하거나 갱신을 거절하는 경우 등 요건을 충족해야만 한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김지림 변호사는 “법이 정한 사유 외에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불허하고, 이를 용인하지 않으면 출국하게 하는 식의 법 집행은 직업 선택의 자유와 근로권을 침해하는 동시에 명백한 강제노동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이 제기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