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공식화한 ‘베이징 동계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문재인 대통령이 고민에 빠진 형국이다. 민주주의와 인권탄압을 고리로 한 서방세계의 대중국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지만 현 정부 마지막 외교 성과로 ‘종전선언’을 추진 중인 한국 정부로서는 쉽사리 동참을 선택하긴 쉽지 않다. 선수단 파견 보이콧과 같은 극단적 상황은 아니지만, 결국 선택을 해야 한다. 당장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민주주의 화상회의에 참석하는 문 대통령의 발언 수위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 정부는 종전선언 추진을 거듭 피력하고 있어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유엔 평화유지 장관회의 개회식 축사에서 “한국은 가장 절실하게 평화를 원한다”며 “종전선언이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설득을 기반으로 북한의 동참을 끌어낸다는 구상이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종전선언의 장으로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일단 청와대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동참 여부에 대한 결정을 미뤘다. 선수단 파견을 하지 않는 극단적 상황은 아닌 까닭에 당장 판단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기류가 깔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외교적 보이콧’을 발표하기 이전에 한국 측에 미리 알려온 바 있다”며 “우리 정부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남북관계 개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계속 가져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은 ‘각국이 알아서 판단하라’는 입장이다. 외교·안보 전략의 핵심축인 한·미동맹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한국 정부로서는 무언의 압박으로 여겨질 수 있는 대목이다. 오는 9일 조 바이든 대통령 주최로 열리는 ‘민주주의 정상 화상회의’가 한국 측 입장을 드러낼 첫 계기가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회의 첫 번째 세션 발언자로 예정된 상태다. 이 관계자는 “한국의 민주주의 성과를 공유하고 국제사회 민주주의 증진을 위한 우리의 기여 의지를 밝힐 예정”이라면서 “별도 사전 녹화 영상을 통해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복원하기 위한 한국정부의 공약과 의지를 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