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대식의경영혁신] 넷플릭스의 ‘자율과 책임’ 조직문화

‘오징어 게임’ 등 제작 자율성 부여 ‘대박’
창의성 발휘 환경 조성하는 게 리더 의무

넷플릭스가 K-드라마의 세계 시장 진출 플랫폼으로서 자리를 잡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4주 만에 1억4200만 가구가 시청해 역사상 가장 많은 시청 가구를 기록한 콘텐츠로서, 드라마를 넘어서 문화적인 시대정신이 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을 포함해 모두 13편의 한국 콘텐츠 개발에 올해에만 5500억원을 투자했다.

왜 한국의 창의적인 작가와 감독이 넷플릭스로 가는 것일까. 넷플릭스가 전통에서 벗어난 신선한 아이디어에 풍부한 자금지원과 제작의 자율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황동혁 감독이 ‘오징어 게임’을 구상하고 각본을 쓴 것은 2008년이지만 낯설고 난해하다는 이유로 지난 12년 동안 어떠한 제작자도 나서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 넷플릭스는 200억원의 제작비와 함께 길이, 형식, 시간, 콘텐츠 수위 등에 제한을 두지 않는 자율성을 감독에게 주었다. 결과적으로 200억원을 투자해 1조원을 벌어들인 넷플릭스의 성공적인 투자였다.



넷플릭스는 1998년에 우편으로 DVD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설립됐지만, 지금은 전 세계 2억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온라인스트리밍(OTT) 서비스 플랫폼이다. 올해에는 미국의 최고 TV 프로그램에 주어지는 에미상 44개를 수상했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7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등 세계적 수준의 콘텐츠 제작 기업이다. 이런 눈부신 성공의 비결로 넷플릭스의 공동창업자이며, 최고경영자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단연 ‘자율과 책임’의 조직문화를 꼽는다.

넷플릭스에서는 실무자가 자신의 영역에서 의사 결정권을 가진다. 한국에서의 모든 활동은 한국 사무소에서 결정하고, 본사는 한국에서 의사 결정이 넷플릭스 전체의 방향과 일치하도록 돕는다. 실무자는 자신의 의사 결정이 고객과 회사를 위한 최선의 결정이었는지를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헤이스팅스는 넷플릭스의 목표가 빠르고, 유연하고, 혁신적인 회사가 되는 것이기에 자율과 책임의 문화는 필수적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업계 최고 인재를 확보해야 하고, 모든 정보가 조직 내에 투명하고 완전하게 공유돼야 하며,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서로에게 극도로 솔직하게 피드백을 주는 문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넷플릭스의 1만2000명 구성원이 자율적인 의사 결정을 할 때 조직이 혼란에 빠지지 않게 하려면 리더의 조정 역할이 중요하다. 리더는 구성원이 최선의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맥락 혹은 상황을 제시하고 현황을 숙지해야 한다. 실무자들이 최적의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맥락을 보강해 현명한 결정을 유도하는 것이 리더의 의무이다.

넷플릭스의 조직문화는 수만 개의 부품을 정밀하게 조립하거나 수억 개의 의약품을 안전하게 제조해야 하는 회사에는 부적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급변하는 환경에서 신속하고 유연하게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넷플릭스의 유연성과 창의성의 원천에 주목해야 한다.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에게 나무를 모으고, 일을 분담시키는 대신 사람들이 넓고 끝없는 바다를 동경하게 하라”고 했던 작가 생텍쥐페리의 조언처럼 조직의 창의성을 위해서 구성원이 몰입할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최고경영자의 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