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위험 낮고 비용 저렴” vs “경제성·원전 거부감 문제” [뉴스 인사이드]

'소형원자로' 둘러싼 기대와 우려

전세계 71종 이상 ‘SMR’ 개발 진행
빌 게이츠의 ‘테라파워’ 2024년 착공
英롤스로이스는 2035년까지 상용화
프랑스·중국 등도 개발에 뛰어들어

중대 사고때 방사성 잔열 제거 용이
모듈화·자율운전 통해 경제성 확보
2030년 전후 등판 경쟁력 예측 불허
고준위 폐기물 문제 자유롭지 않아

최근 원자력 발전 업계의 스타는 소형모듈원자로(SMR)다. 미국·영국·프랑스 등 각국 기업이 속속 SMR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빌 게이츠의 가세는 ‘후광’을 더했다. 특히 탄소중립이 화두가 되면서 SMR가 기대주로 급부상했다. 신재생에너지만으로 탄소중립이 가능할지 의문이지만 그렇다고 대형원전을 늘리기도 꺼림직한 딜레마 속에, SMR가 문제 해결의 열쇠로 주목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한국도 SMR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며 발을 동동 구른다.

 

기대대로 SMR는 장밋빛 미래를 가져올까. SMR에 대해서는 낙관과 회의론이 공존한다. 원전업계는 SMR의 경쟁력으로 원자력의 장점을 누리면서 대형사고 위험이 거의 없는 점을 꼽는다. 투자 장벽이 낮고 신재생에너지를 보완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반면 아직 개발 중인 기술이라 미래가 불투명하고 기대만큼 시장이 열릴지 미지수라는 점에서 SMR에 유보적인 시각도 팽팽하다.

 

◆미·영 등 각국 기업 기술 경쟁

 

세계적으로 대형원전은 막대한 건설비와 경쟁 심화로 한계에 부딪힌 것으로 평가된다. 각국이 SMR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현재 한국,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등 세계적으로 71종 이상의 SMR가 개발 중이다.

 

원전은 발전 단계에 따라 1∼4세대로 나눈다. 세대가 올라갈수록 더 안전하고 폐기물이 적어진다. 2010년 이후 지어지는 원전을 3세대 플러스로 분류하고, 2030년쯤 상용화될 원전을 4세대로 묶는다. SMR 개발은 3세대 플러스와 4세대에 집중돼 있다.

 

SMR 대표 기업으로는 미국 뉴스케일파워가 꼽힌다. 뉴스케일은 지난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SMR 설계인증을 받았으며, 아이다호주 국립연구소 내에 원전을 지을 계획이다.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도 가세했다. 첫 작품으로 미국 와이오밍주 탄광도시 케머러에 차세대 소형원자로를 짓기로 했다. 테라파워는 2024년 착공해 2028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고 지난달 밝혔다. 테라파워는 물이 아닌 소듐(Na)으로 냉각하는 소듐냉각고속로(SFR)를 개발 중이다.

유럽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영국 롤스로이스는 SMR 사업에 영국 정부 보조금 2억1000만파운드(약 3250억원)와 민간자금 1억9500만파운드(약 3020억원)를 확보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지난달 보도했다. 롤스로이스 컨소시엄은 2035년까지 SMR 10기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프랑스는 국영 엘렉트리시테 드 프랑스(EDF)를 통해 SMR 개발을 추진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올해 10월 SMR 투자 계획을 포함한 국가 청사진을 내놓았다. 중국은 2025년 준공을 목표로 SMR 개발에 뛰어들었다.

 

김용희 카이스트(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이 외에 세계적으로 스타트업 20여곳이 MSR 소형원자로를 경쟁적으로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4세대 원전인 MSR는 액체인 용융염 연료 혼합물이 순환하면서 핵분열 에너지를 생산한다. 

◆사고 위험 낮춘 소형원자로

 

SMR는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한 용기에 넣은 소형 원자로다. IAEA는 전기출력 300MWe 이하를 소형으로 정의한다. 최근 개발되는 SMR의 특징은 소형·모듈화·자율운전이다. ‘소형’의 장점은 중대 사고가 발생해도 방사성 붕괴열(잔열)을 쉽게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100% 정격출력으로 운전하던 원전은 정지해도 잔열이 발생한다”며 “대형원전의 경우 10일이 지나면 붕괴열이 0.23%로 감소하지만 여전히 수십 메가와트 수준이라 제대로 제거하지 못하면 노심이 녹아내릴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반면 SMR는 출력이 작아 외부 전원의 도움 없이 붕괴열을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전력이 끊겨도 SMR 노심이 손상될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다.

 

다만 SMR는 경제성이 낮다. 대형원전 같은 규모의 경제가 힘들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해법이 모듈화다. 공장에서 모두 제작 후 현장에서는 레고블록처럼 설치만 하겠다는 것이다. 모듈별로 만드니 여러 기를 묶어 출력을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 건설기간도 대폭 줄어든다. 경제성 확보의 또다른 방안은 자율운전 기술 개발이다. 이를 통해 운영 인건비를 감축할 수 있다. 

 

SMR는 대형사고 위험이 낮아 수요지 인근에 지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송전망 설치 부담까지 줄일 수 있다. 발전량의 널뛰는 신재생에너지를 SMR로 보완할 수 있다는 기대도 받고 있다. 대형원전 건설에 수십조원이 드는 것과 달리 SMR는 수조원선이라 금융조달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미래 시장경쟁력은 아직 물음표 

 

SMR는 장점이 뚜렷하나 ‘탄소중립 구원투수’로 꼽기에는 이르다. 시장에서 경제성이 검증되지 않은 것이 큰 변수다. 10년 후쯤 상용화됐을 때 다른 에너지원과 경쟁해 얼마나 지분을 늘릴지 알 수 없다.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은 “SMR 단가가 앞으로 얼마나 낮아질지 미지수이고 기술 실증을 하려면 대규모 자본 투자를 해야 한다”며 “경제성을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봤다. 또 “시장이 열리려면 각국의 핵물질 관련 규제가 풀려야 하는데, 세계적인 원자력 규제 기조를 보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SMR가 시장에 본격 등판하는 시점은 일러야 2030년 전후다. 10년간 다른 에너지원들이 한참 ‘달리기’를 한 시점에 등장한다. 김 연구위원은 “이를 감안하면 시장규모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엄청난 확장성을 갖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SMR에 대한 지나친 낙관은 오히려 산업 형성에 제한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세계적 기술개발 정도를 확인하면서 한국도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 역시 “SMR의 결과가 나오려면 10년쯤 지켜봐야 한다”며 “현재 상업화된 탄소중립 기술은 풍력, 태양광, 양수발전,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인데 향후 어느 기술이 승자가 될지 모르니 SMR를 포함해 고루 기술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은 SMR가 넘어야 할 산이다. 고준위 폐기물 문제에서도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김 연구위원은 “소형원자로가 가진 분산에너지원으로서 강점을 발휘하려면 도심 가까이 설치해야 하는데 막상 우리 집 앞에 원전을 지으면 수용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