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산의마음을여는시] 개밥그릇

박제영
시는 개밥그릇이니
개밥그릇이라 먹다 남은 찬밥이 대부분이니
산해진미山海珍味를 기대하지 마시라
그렇다고 야박하다 타박하지는 마시라
그 밥 채우는 마음만은
어미가 자식 밥 챙기듯 곡진하다
그러니 사양하지 말고 드시라
비록 개밥그릇이지만 그 한 그릇으로
당신의 허기를 조금이라도 면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물론
개밥그릇이니 발로 차버린들
당신을 탓하진 않을 것이다

지금은 우리가 원하는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시대입니다.

 

흥미로운 것들이 많으니 시집은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난해한 시집으로 인해 독자와 시 사이가 점점 멀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시인은 시집을 개밥그릇이라고 자조 섞인 한탄을 하고 있습니다.

 

시집이 산해진미는커녕 먹다 남은 찬밥이 많은 개밥그릇과도 같다고요.

 

그러나 밥그릇에 밥을 채우는 마음은 어미가 자식 밥 챙기듯 곡진하듯이

 

시인은 혼신을 기울여 한 권의 시집을 만듭니다.

 

시집 한 권을 읽고 단 한 명의 독자라도 영혼의 허기를 채운다면 시인은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독자가 한 권의 시집을 다 읽고 나서도 허기가 그대로 남는다면

 

그 시집이 쓰레기통으로 버려져도 할 수 없습니다.

 

개밥그릇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