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고(故) 황예진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13일 오후 검찰은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안동범)에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30대 A씨의 결심공판에서 재판부에 징역 10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범행 경위 등을 봤을 때 중대한 범죄이며 이 사건으로 피해자가 숨지는 결과에 이르렀음에도 피해회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피해자 유족은 처벌을 원하고 있어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A씨 변호인 측은 “피고인을 대신해 피해자 유족에게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피고인의 부모가 집까지 팔아 금전적인 보상을 하고 사죄도 하려고 변호사를 통해 합의하려 했으나 피해자 유족이 합의할 마음이 없다고 해서 금액 제시도 못 하고 합의도 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변호인은 “피고인의 폭행 전에 피해자가 먼저 피고인의 머리를 잡아당기거나 뺨을 때리거나 폭행을 했다”며 “피해자 때문에 이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이 아니라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A씨 행위에 상응하는 처벌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최후 변론에서 “나중에라도 피해자 부모님을 봬서 사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법정에 나와서 사죄를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자유의지로 뵙고 사죄를 하겠다”고 말하며 오열했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수상구조요원으로서 피해자가 어떤 상태에 있고 어떤 조치가 있어야 하는지 충분히 알만한 위치에 있으면서도 이 자리에서 솔직히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며 “사랑하는, 사랑했던 연인이었다면 살리고자 하는 노력을 해야 했는데 노력이 있었는지 판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유가족들이 피고인을 살인죄로 처벌받기를 강력히 요청했지만 검찰에서 상해치사로 기소된 점을 참작해 피고인 행위에 합당한 처벌을 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아울러 “피해자의 부모와 유가족들은 하나뿐인 딸을 잃고 세상 모든 것과 꿈을 잃었다”며 “이런 상황들을 참작해서 이씨가 행위에 합당한 처벌을 받고,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회개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해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을 지켜보던 피해자의 이모는 구형 직전 쓰러지며 재판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 때 A씨가 방청석 쪽을 바라보자 분개한 유족들이 이씨를 향해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앞서 지난 7월 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A씨와 말다툼을 벌이던 황씨는 A씨로부터 폭행을 당해 의식을 잃었고 외상성 뇌저부지주막하출혈(뇌출혈)등 상해를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8월 17일 끝내 숨졌다.
폭행 후 119를 부른 A씨는 “황씨가 술을 많이 마시고 취해서 넘어지다가 다쳤다”라는 취지의 거짓 신고를 했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 마포경찰서는 ‘살인의 고의성’ 여부를 확정하기 어렵단 이유로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이후 황씨의 모친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딸의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려 42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며 세간에 널리 알려졌다. 모친은 “사건 발생 후 가해자가 딸을 다른 곳으로 옮긴 뒤 한참이 지나서야 119에 허위 신고를 했다”며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했다”고 지적하며 누리꾼들의 공분은 커졌다.
선고기일은 내년 1월6일 오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