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패스’ 의무화 첫날인 13일 백신 접종증명 애플리케이션(앱) 대규모 먹통 사태에 이어 이틀째인 14일에도 일부 앱에서 문제가 발생해 방역 당국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날도 방역 패스 미확인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접속오류로 불편을 겪은 자영업자와 시민들을 불만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11시40분쯤부터 발생한 네이버 앱을 통한 QR 접종증명 접속오류는 약 30분간 이어져 시민 불편을 야기했다. 이로 인해 식당과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이 밀집한 서울 시내 번화가 곳곳에서는 점심시간에 식당을 이용하려다 입구에서 휴대폰을 들고 당황한 채 서성이는 시민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전날의 먹통 사태에 대해 “지난 일주일의 방역 패스 계도기간 동안 접속량을 토대로 사전준비를 했지만, 그 예측량보다 더 많은 최초 인증 요청이 있었다”며 예측 실패를 시인했다. 그러면서 “전날 야간에 정부의 QR코드 전자접종증명시스템 쿠브(COOV) 앱 서버 긴급 증설 작업과 서비스 최적화 작업을 했다”며 “오늘부터는 정상적으로 처리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그러나 브리핑 직후 또다시 접속오류가 발생하면서 방역 당국은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방역 패스 의무화를 한참 전부터 예고해놓고도 미흡한 준비로 소상공인과 국민의 불편을 야기했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서울 중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어제도 휴대폰과 씨름하는 손님들을 줄 세우고 기다리느라 거의 전쟁을 치렀는데 오늘 또 그런 일이 벌어졌다”며 “방역 패스 확인이 안 돼 그냥 돌아간 손님도 여러 팀이라 화가 난다”고 말했다.
방역 패스 뿐 아니라 방역정책 전반에 관한 준비가 지나치게 안일하다는 문제 제기도 나왔다. 직장인 전모(30)씨는 “비단 방역 패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병상 부족 사태에 대해서도 중증화율이 정부 예상보다 높았다며 예측 실패를 시인하지 않았나”라며 “계속 이렇게 안일하게 생각했다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서야 실패를 인정하고 허둥지둥 수습하는 허술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민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은 현재 이날 접속오류의 원인을 파악 중이다. 질병관리청은 “쿠브는 정상 가동 중이며 네이버 앱 외 민간 플랫폼에는 특별한 장애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원인은 파악되면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중수본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방역 패스 미확인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국민과 사업자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미확인 과정에 대해 벌칙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며 “각 지자체와 점검·감독 행정기관에 조치를 해놓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