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세 꺾을 뾰족수 없어 고육책… 자영업자 반발 불보듯

거리두기 강화 예고 배경

지난 6일 시작된 특별방역 효과 없어
金 총리 “각종 지표 개선 안 돼” 밝혀

정부, 준비없는 일상회복에 감염 폭증
병상 확충 속도, 확진자 증가 못 따라가

부스터샷·병상확보 시간벌기 나서
최소 2주 지나야 효과 … 당분간 혼란
코로나19 유행이 심해지며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을 중단하고 방역조치 강화를 검토하는 가운데 15일 서울 중구 무교동 먹자골목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재문 기자

정부가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에서 한 걸음 물러선 것은 지난 특별방역조치에도 좀처럼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확산세를 최대한 억제해 방역·의료적 대응 여력을 재정비하고, 3차 접종을 통해 고령층이 면역을 형성할 시간을 벌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정부의 빗나간 예측, 부족했던 준비의 결과여서 정부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자영업자들은 격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위중증 증가세·병상 부족 심화



김부겸 국무총리는 15일 거리두기 강화를 예고하면서 “전국적 방역 강화 조치를 시행한 지 열흘째인데, 전국의 코로나 위험도는 3주 연속 ‘매우 높음’으로 평가될 정도로 여러 방역지표가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도 브리핑에서 “유행 확산 속도나 고령층 (확진자) 비중 등을 보면 증가폭이 둔화하는 경향은 비록 초기지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확실한 감소세로 전환되는 등 유의미한 변화는 아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6일부터 사적모임 규모를 수도권 최대 6명, 비수도권 최대 8명으로 축소하고 방역패스를 식당, 카페 등으로 확대 적용하는 특별방역대책을 시행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만으로는 사태 해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경기도 오산시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인 오산한국병원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애초 지난달 1일 일상회복의 방역 완화 수준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민생을 이유로 충분한 준비 없이 시작하면서 지역사회 감염이 눈덩이처럼 커진 상태였다. 접촉 증가로 전체 인구의 10%를 차지하는 백신 미접종자의 확진이 치솟았다. 정부 예상보다 빨리 백신 접종 효과가 떨어지면서 고령층 돌파감염도 늘었다. 정부는 일상회복 전환 후 40여일 동안 4번에 걸쳐 병상 확충 행정명령도 내렸다. 하지만 병상 확충은 시간과 인력 없인 안 되는 일이고, 병상 확충 속도는 확진자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 결과 의료대응역량 대비 발생 비율은 87.8%에서 110.3%로 한계치를 넘어섰다. 전국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도 81.4%로 사실상 포화됐다. 재택치료자 비율은 전체 확진자의 28.6%까지 확대됐지만, 키트조차 제때 받지 못하는 등 관리에 구멍이 노출됐다.

 

◆당분간 혼란 지속… 자영업자는 반발

당장 다음주 거리두기 강화를 시행해도 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 불가피하다. 거리두기 효과가 나타나는 데는 최소 2주 이상 시간이 걸린다. 정부 목표대로 60세 이상이 이달 말까지 3차 접종을 완료할 경우, 다음달 이후 서서히 위중증 환자가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 시내 한 식당가에서 '위드 코로나 EVENT' 문구가 적힌 홍보전단이 버려져 있다. 뉴시스

정부는 급한 대로 재택치료자를 대면 진료하는 의료기관을 현재 13곳에서 21곳을 더 추가하기로 했다. 이와 별개로 29개 의료기관과 단기·외래진료센터 설치를 협의하고 있다. 또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산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를 처방하는 기관을 확대할 예정이다. 입원환자에 한해 항체치료제를 투여하고 있는데, 치료제 처방기관을 생활치료센터, 요양병원, 일반병원, 단기·외래진료센터, 노인요양시설 등으로 늘리기로 했다.

의료계에서는 병상 확보도 중요하지만 이를 감당할 인력부터 충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환자 병상 정부 목표치는 1365개로, 아직 1298개만 확보됐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13일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현장에 수십명의 의료인력이 충원돼도 모자란데 정부는 ‘재난 상황이니 어쩌겠느냐’ ‘코로나가 끝난 뒤 인력이 남으면 어떻게 하냐’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최근 KBS 대담에서 “특단의 조치는 3∼4주는 적용해야 의료진이 어느 정도 휴식을 취하고 중환자 병상 가동률을 낮추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방역 협조는 이제 끝났다’며 정부 규탄 시위를 예고했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오는 22일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입장문에서 “코로나19 이후 2년이 흐르는 동안 정부는 병상 확보와 의료인력 충원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라며 “정부와 방역당국의 무책임이 또다시 자영업자에게만 떠넘겨지고 있다. 코로나 상황이 악화하니 또 습관처럼 자영업자만 규제하려고 한다”고 거세게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