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5일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문항을 ‘명백한 오류’로 판단한 이유는 수험생들이 정당한 답을 고를 수 없을 만큼 문제 자체에 중대한 잘못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 오류 때문에 해당 문항이 대학수학능력 측정을 위한 수능시험 문제로서 변별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①문제 자체에 오류가 있는지 여부 ②오류가 있다면, 그런 오류가 수험생이 정답을 선택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는지 여부를 가려내는데 있었다. 평가원은 문제에 주어진 조건이 완전하지 않더라도 수험생들이 정답을 택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정답 처분을 취소하는 것이 유지하는 것보다 공익에 부합한다는 판단도 내놓았다. 재판부는 “정답을 5번으로 유지한다면, 앞으로 수능시험 과학탐구 영역에서 과학원리에 어긋나는 오류를 발견하더라도 그러한 오류가 출제자의 실수인지 의도된 것인지 불필요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며 “수능시험을 준비하면서 출제자가 의도한 특정 풀이방법을 찾는 것에만 초점을 두게 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판결로 이과 상위권 학생들을 시작으로 수험생들의 입시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생명과학Ⅱ는 전체 응시생 44만8138명 가운데 6515명(1.5%)만 응시했다. 하지만 과학탐구 Ⅱ 과목 가운데서는 응시생이 가장 많다. 특히 이과 상위권 학생들이 많이 응시한 과목이다. 서울대, 카이스트 등은 과탐Ⅰ과 Ⅱ 과목을 반드시 응시해야 하고 생명과학Ⅱ을 특정해 가산점을 주는 의대도 있다. 입시업체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69점보다 1점가량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문제출제 기관과 문항 검토기관을 완벽하게 분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평가원은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을 분리했지만 한 기관에 소속된 위원들끼리 문항을 살피다 보니 냉정하게 확인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동영 평가원 수능시험본부장은 “오류가 발견되는 부분들까지 검토 과정에서 찾아내지 못했다”며 “다른 이유들이 있는지 심도 있게 분석해 검토 과정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평가원이 교육부가 아닌 총리실 산하에 있어 교육부의 감독을 받지 않는 부분도 개선할 부분으로 지적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은 교육부 관할이지만 평가원은 총리실 산하여서 지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수능 자체의 생명이 다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소영 전교조 대변인은 “다양성이 요구되는 시대에 객관식 문제로 정답을 정해 주려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학교에서도 딱 한 가지 답만 나오는 것을 가르치지 않고 다양성을 추가하는 방식의 교육이 요구되는 만큼 수능도 이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