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이 오류로 확정되기까지 교육당국은 수많은 문제를 노출했다. 문제 출제, 채점 등을 총괄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논란이 사태로 번지는 와중에도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을 반복하는 등 정부 안에 컨트롤타워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했다.
16일 교육계에서는 법원의 ‘정답 취소’ 판결 이후에도 출제오류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전원 정답 처리로 인해 문제를 맞힌 학생들의 경우 피해가 명확한 만큼 이들이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들이 평가원을 상대로 소송을 낼 경우 상황은 복잡해진다.
하지만 교육계 반응은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부가 두 가지 버전의 합격자 명단을 준비하라고 지시했고, 각 대학 입학관리본부는 그에 따른 피해자를 알 수밖에 없다”면서 “서울대에서 30여명, 연세대는 20여명의 합격자가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 관계자는 “두 버전의 합격자를 준비했고 이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교육정책의 컨트롤타워 부재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해당 논란에 뒷짐을 지고 있고, 출제오류에 대한 책임은 모두 평가원이 뒤집어쓴 형국이다. 평가원 관계자는 “출제오류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평가원 인사 3명, 외부전문가 28명으로 구성된 이의심사 실무위원회를 구성해 독립적으로 판단했다”면서도 “이 결과를 발표한 이후부터 교육부와 논의했고 교육부에서도 의견을 냈지만, 그 이상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평가원이 국무조정실 산하기 때문에 지휘·감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수능의 출제와 채점을 평가원에 위탁하고 이에 대한 예산을 제공하는 만큼 논란에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와대도 침묵을 지켰다. 그동안 청와대에 있던 교육문화수석비서관 자리는 문재인정부 들어 폐지됐고, 그러다 보니 당국 사이의 소통이 부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