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가마 할아버지는 새우튀김 덮밥을 손에 들고 일한다. 밥을 먹으면서도 결코 쉬지 않는 캐릭터이다. 바쁜 일상에도 주인공인 치히로를 챙기는 모습과 닮았다. 다시 이 영화를 봤을 때, 어릴 적 눈치채지 못한 어른의 뒷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는 작품마다 항상 흥행을 거머쥐는 감독이다. 단순히 내용뿐 아니라 누군가에게 꿈과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감동을 준다.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비단 아이들에게만 재밌는 것은 아니다. 어른들이 보기에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가마 할아버지의 점심, 새우튀김 덮밥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단연 돋보이는 존재는 남자 주인공 ‘하쿠’다. 위기에 빠진 치히로를 도와준다. 인간에 적대적인 신들 사이에서 살아남는 법을 알려준다. 하쿠는 치히로가 숨을 수 있는 장소로 가마 할아버지가 일하는 온천의 보일러실을 소개한다. 가마 할아버지는 팔이 여러 개로, 거미 할아버지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다. 익숙하게 긴 팔을 이용해 군더더기 없는 행동을 하는데, 팔이 거의 몇 미터나 길어지는 것이 마치 이 장소에 맞춰서 태어난 일꾼 같다. 처음에는 일손이 필요없다고 치히로를 몇 번이나 내쫓으려 하지만 결국 식사를 가져온 또 하나의 츤데레 캐릭터 ‘린’에게 자기 손녀라고 거짓말하며 치히로를 보호할 방법을 찾아낸다. 이때 린이 가져온 식사가 바로 새우튀김 덮밥이다. 3쌍의 손으로 일을 멈추지 않으면서도 맛있게 먹는 가마 할아버지에게 처음으로 정이 갔다. 하쿠가 사연이 있어 치히로를 도와줬다면 가마 할아버지는 순수하게 치히로를 도와줬기 때문이다.
#덮밥의 유래
덮밥, 돈부리는 19세기 일본의 산업화로 생겨난 서민 음식이다. 만드는 방법이나 먹는 방법을 봐도, 간편하고 빠르게 먹을 수 있다. 지금이야 별미이고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지만 당시 덮밥은 일의 효율성을 늘리기 위해 만들어진 노동자 음식이었다. 야채나 고기, 생선을 튀겨 밥 위에 소스를 얹어 먹는데, 적지 않은 양이지만 고칼로리다. 또 뜨겁지 않게 먹을 수 있어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가마 할아버지의 새우튀김 덮밥은 단순히 맛있는 식사가 아니다. 쉬지 않고 일하는 할아버지의 일상을 보여준다. 감독의 디테일한 연출에 한번 더 감탄하게 된다.
이처럼 우리가 흔히 접하는 패스트푸드 형식의 덮밥은 19세기 일본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하지만 밥에 식재료를 덮는 문화는 쌀이 주식인 나라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내려져왔다고 한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덮밥은 단연 제육덮밥 아닐까. 1980년대 제육볶음이 유행하면서 밥 위에 제육볶음을 얹어 먹기 시작한 것이 분식의 대중화와 더불어 지금까지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외에도 오징어덮밥, 김치덮밥, 참치덮밥 등 빠르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덮밥들이 아직도 우리들의 든든한 한 끼를 책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