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간 조선족 ‘한민족 자부심’ 꽃 피웠죠” [차 한잔 나누며]

북경애심여성네트워크 이령 회장

북경 거주 조선족 여성 140명 뭉쳐
청소년 특강·한글교육 후원 비롯
2007년부터 한민족문화 전파 계속
中 단체 첫 韓 정부 대통령표창도
“가야금·무용·김장… 체험에 중점
2022년 전국포럼 등 행사 확대 기대”
한국 정부로부터 대통령표창(단체 부문)을 받은 북경애심여성네트워크의 이령 회장이 “한민족으로서 정체성과 자부심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라며 소감을 말하고 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넘어지지 않습니다. 조선족 청소년, 청년뿐 아니라 여성들의 한민족으로서 정체성과 자부심을 높이는데 일조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은 것 같습니다.”

 

중국 베이징의 조선족 여성들로 구성된 자원 봉사단체 ‘북경애심여성네트워크(북경애심)’를 이끄는 이령 회장은 19일 세계일보와 만나 14년간 활동을 인정받은 소감을 이같이 말했다.

 

북경애심은 지난달 30일 한국 정부로부터 정부포상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개인이 아닌 단체에 수여되는 훈포상 중 대통령표창이 최고 등급이다. 중국에서 단체가 대통령표창을 받은 것은 북경애심이 처음이다.

 

이령 회장은 애심의 여러 활동을 얘기를 하자면 시간이 모자른다며 “모든 것이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적극적으로 해왔기에 가능했다”고 140여명 회원들의 공로를 강조했다.

 

2007년 5월 북경에서 사는 조선족 여성들이 결성한 북경애심은 이령 회장과 언니인 이란 전 회장 등 60여명이 주축이 돼 시작됐다.

 

활동 초기에는 회원들 중심으로 한민족의 문화 전승과 전파를 중점에 뒀다. 배우이자 북경사범대학교 무용학부 교수 출신인 이령 회장과 이 회장 언니 이란 전 회장의 역할이 컸다. 북경애심 산하에 북경애심문화원을 설립해 회원들을 대상으로 가야금, 전통무용, 문학, 요리 교실 등을 열어 한민족의 전통 문화를 잊지 않게 지속적으로 전파했다.

 

매년 설과 추석, 김장철, 민족 축제날 등에는 꼭 한복을 차려 입고 민족문화 공연과 김치 담그기 행사 등을 진행했다.

 

이령 회장은 “한민족으로 자녀들의 자부심을 높이려면 부모부터 한복을 입는 모습을 자주 보여줘야 가능하다. 그래서 공식 행사가 있을때마다 우리는 한복을 입는다”며 “한국대사관에서 대통령표창을 받을 때 참석한 20여명의 회원들도 한복을 입었다”고 말했다.

 

북경애심의 활동은 북경을 넘어 조선족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린, 랴오닝, 헤이룽장 등 동북 3성으로 확대됐다.

 

2011년부터 동북 3성과 네이멍구 등에 거주하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조선족 청소년을 북경으로 초청하는 ‘희망의 꿈나무 키우기’ 행사를 진행했다. 매년 7월이면 30여명의 학생들이 북경에 와 조선족 대학생들과 4∼5일간 생활을 함께한다. 현대차 공장 투어를 비롯해 베이징대, 칭화대, 국가도서관 등을 둘러 보고, 만리장성과 천안문 광장 등도 다닌다. 또 학생들이 미래에 꿈을 품을 수 있도록 이란 전 회장 등이 조선족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내용의 특강을 진행한다.

 

이런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어린 학생들에게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일정 동안 함께 활동하는 대학생들이다. 대학생들은 어릴 때 살던 고향에서 온 어린 동생들을 만나 살갑게 대하며 많은 정보를 전해주고 리더십을 키우게 된다. 동생들은 베이징 유수 대학을 다니는 고향 선배들을 만나 미래의 목표를 세울 수 있다. 조선족간 자연스럽게 유대 관계를 이어가고, 한민족이라는 자부심을 쌓을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셈이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244명의 청소년들이 123명의 자원봉사 대학생들과 이 행사를 체험했다. 10년 정도 행사를 진행하다보니 꿈나무 행사에 참여한 청소년이 베이징의 대학에 진학해 선배 대학생으로 활동하는 경우도 있다.

 

이 회장은 “베이징에 처음 온 청소년들이 처음에 주눅이 들지만, 짧은 기간 선배 대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자신감을 찾고 얼굴이 환해지면서 집에 돌아간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이 회장은 꿈나무 행사를 베이징이 사는 청소년들이 동북 3성에 머물며 한민족의 문화를 체험하는 행사로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 회장은 “베이징에 살고 있는 학생들은 한민족이란 정체성이 약해질 수 있다”며 “옌볜 조선족 자치구 등에서 현지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며 한민족의 문화를 깊이 체험하는 행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과 톈진에 있는 조선족 대학생들과 한국에서 중국으로 유학 온 대학생들이 함께 만나 서로 같은 민족임을 확인하고 교류할 수 있는 ‘중한대학생 자원봉사 경험교류 및 차세대 리더 양성프로그램’도 2012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대학생들이 특강을 듣고 서로 경험을 교류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하며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특히 친해진 학생들끼리 저녁에 식사를 따로 하면서 친분을 쌓는 등 지속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동안 1000여명의 대학생들이 이 행사에 참여했다.

 

한민족간 정체성과 자부심을 높이는 사업 외에도 북경애심은 매년 자선바자회 등을 통해 모은 성금을 한글교육을 위한 정음우리말학교, 장애인학교, 고아원 등에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또 쓰촨, 네이멍구 등에서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도 생활용품과 성금을 기부했다. 지난해에는 한국 적십자를 통해 대구에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성금을 보낸 바 있다.

 

북경애심은 내년에 전국에 있는 조선족 여성단체 회원들을 베이징으로 불러모아 ‘전국포럼’ 행사를 개최한다. 이 회장은 “내년에 중국 전역에서 각각 활동하는 조선족단체 회원 500여명이 베이징에 모인다”며 “조선족에 대한 자부심을 높일 수 있는 행사가 될 수 있게 준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