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거래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프롭테크가 급속히 진화하고 있다. 프롭테크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건설·중개·관리 등 부동산의 모든 영역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보다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글로벌 프롭테크 시장 규모는 2016년 18억2300만달러에서 2019년 90억1500만달러로 불과 3년새 5배 가까이 성장했다. 국내 프롭테크 시장도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8년 26개에 불과했던 한국프롭테크포럼 회원사가 지난달 기준 294개사로, 누적 투자유치액이 3조9602억여원에 달한다.
단순히 부동산 매물 정보를 올려둔 초기 프롭테크 스타트업과 비교하면, 업무 영역도 훨씬 다양해졌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산세를 감안해 온라인으로 집을 보는 서비스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프롭테크 사업의 종류와 업무 영역이 점점 다양해지면서 다른 분야와 협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주차 플랫폼 파킹클라우드와 셰어하우스 운영사 우주는 스마트 주차 솔루션을 위해 협력 중이다. 파킹클라우드는 우주로부터 제공받은 서울 시내 150여개의 셰어하우스 주차 공간에 AI 무인주차관제 솔루션을 운영하고, 우주의 셰어하우스 입주자는 외부 차량 출차 관리를 편리하게 하면서 주거 편의성과 보안성을 확보했다.
금융권에서는 은행이나 증권사가 프롭테크 스타트업과 손을 잡고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추세다. 은행의 경우 프롭테크 기업이 제공한 부동산 정보를 은행 플랫폼 내 부동산 실거래가 등 매물 정보제공 서비스나 부동산 정보제공을 통한 대출 상품 개발 등에 활용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등은 부동산 자산 관리를 위한 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프롭테크와 협력을 통해 개발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받기도 한다. 빅데이터를 다루는 프롭테크인 빅밸류는 기존 주택 시장에서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연립·다세대 주택의 시세 산정 알고리즘 솔루션을 제작했다. 빅밸류는 SBI저축은행과 협엽해 주택 시세 평가기능을 탑재한 빌라 담보 대출 상품을 개발해 대출 심사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한국프롭테크포럼 류호정 매니저는 “프롭테크는 이름만 낯설 뿐 이미 대중의 삶 깊숙한 곳에서 친밀하게 이용하고 있는 서비스가 대부분”이라면서 “코로나19 확산 이후 건설사나 인테리어 등 다양한 분야의 프롭테크 수요가 늘어나면서 투자 유치가 활발해지고, 관련 기술과 산업이 비약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프롭테크’ 육성 속도… 중개업계와 갈등은 숙제
프롭테크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산업으로 부상하면서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2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정부세종청사에서 학계·업계·관계기관 등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개최해 프롭테크를 포함한 부동산 신산업 육성방안을 논의했다.
프롭테크 업계는 현장에서 정부에 공공데이터 개방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프롭테크 특성상 부동산 정보가 기반이 돼야 하는 만큼 다양한 공공데이터가 민간에 개방돼야 새로운 사업과 서비스가 창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는 도시계획정보와 건축물대장, 업무용 실거래가 등 업계 수요가 높은 정보를 지속적으로 생산·제공하기로 했다. 아파트 단지 식별 정보와 공장·창고·운수시설 등의 실거래가 정보 등도 내년부터 새롭게 제공할 방침이다.
다양한 기관에 산재한 정보와 민간이 수집한 정보 등을 효과적으로 수집 및 관리, 활용할 수 있는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도 추진한다. 예를 들어 부동산 실거래가 정보는 국토교통부, 건축물 정보는 세움터(건축물행정시스템), 전·월세 확정일자 시스템 등은 대법원이 각각 따로 관리하고 있다. 산재한 부동산 정보를 손쉽게 모아 쓸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다.
현재 사용률이 저조한 부동산 전자계약의 법적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공공과의 계약이나 공적관리가 필요한 계약부터 전자계약 의무화를 추진하고, 추후 민간의 자발적인 이용을 촉진하는 차원에서 중개보수 바우처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인재채용, 교통, 기관교류 등 경영환경이 우수한 곳에 프롭테크 스타트업의 업무공간도 조성한다. 기존에 서울 도심(한국부동산원 강남사옥)에서 제공하던 전용 사무공간을 내년 1월 확장하고, 기업 입주 수요 등을 고려해 판교2밸리, 부산 등으로 확대한다. 시장 수요에 맞춰 창업경진대회를 개편하고, 우수한 아이디어팀에 대한 후속교육과 각종 지원 등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프롭테크와 기존 부동산 업계 간 갈등도 숙제다. 프롭테크의 부동산 중개 플랫폼이 업무 영역을 확장해가면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등 중개업계는 “프롭테크가 기술 발전이라는 핑계로 사실상 직접 중개에 나서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의 경우에도 프롭테크 업체의 감정평가법 위반을 고발하며 갈등을 벌이다가 최근 상호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봉합에 나선 상황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타다 등 공유서비스 사례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업계에서도 기존 산업과 신산업이 일정 부분 충돌하고 갈등을 벌이는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상호 공존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을 갖추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