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대가 자국민을 상대로 사실상 전쟁을 벌이고 있다.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고 민주주의를 되찾으려는 반군을 겨냥한 공격에 무장 헬기는 물론 최신예 전투기까지 동원됐다. 상대적으로 성능이 떨어지는 구식 무기를 보유한 반군의 인명피해가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비난이 끊이지 않는다.
21일 외신에 따르면 미얀마 정부군은 지난 17일 중부 마궤의 강오 지역의 한 마을에서 시민방위군(PDF) 진압 작전을 벌였다. PDF는 미얀마의 군부독재를 종식시키고 민주주의를 회복할 목적에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반군이다. 이 진압 작전에는 무장 헬기 4대에 전투기 1대까지 동원됐다고 한다.
헬기들 중 2대는 공중에서 지상의 반군을 향해 기관총을 쏘는 ‘기총소사’를 했다. 나머지 2대는 미얀마군 병사 100여명을 반군의 근거지인 마을에 신속히 투입하는 임무를 맡았다. 전투기는 마을 상공을 여러 차례 선회하면서 병사와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사격을 가했다.
PDF 측의 인명피해는 컸다. 소속 병사 2명이 교전 중 전사했고 그들을 돕던 민간인 7명도 목숨을 잃었다. 7명 중 5명은 차량을 타고 이동하던 중 미얀마군이 쏜 총에 맞아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2명은 결박된 상태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고 한다. 미얀마군이 민간인을 상대로 사실상 총살형을 집행한 셈이다.
이처럼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지르고도 미얀마 군정은 되레 고무된 표정이다. 군정은 “반군 측이 지휘관 회의를 소집한다는 첩보를 입수해 공격에 착수한 것”이라고 자랑스럽게 밝혔다. 그러면서 “PDF 소속 6명을 사살하고 다량의 무기를 압수했다”고 덧붙였다. 마치 외국 정규군과 싸워 이긴 듯한 모습이다.
미얀마군은 지난달 27일에도 공격용 헬리콥터 2대를 동원해 중부 사가잉 지역의 타바인구를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주민 2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5일 북부 카친주에서는 미얀마군이 러시아제 최신 전투기까지 동원해 카친독립군(KIA)을 공격하기도 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정을 향해 “반군부 세력을 포함한 민간인에 대한 무력 사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미국은 최근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이 나서 미얀마 군부와 연관된 개인 및 단체에 제재를 가했다. 미 재무부는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은 고통과 억압을 가하기 위해 국가의 권력을 남용하는 이들에 맞서 행동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