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의 코로나 악몽이 연말 들어 재현되고 있다. 당초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의 시행으로 대면 종교활동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한 달여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그 기대가 주저앉은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종교계에 전례 없는 위기로 작용하고 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부터 일부 종교시설이 바이러스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된 데다 신도들의 대면 종교활동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런 분위기가 고착화되는 것이다. 2년여간 비대면 종교활동에 익숙해진 신도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종교시설을 다시 찾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팬데믹 장기화에 대비해 종교계가 선제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최근 종교계에서 진행된 설문조사를 보면 이런 의식 변화를 엿볼 수 있다. 개신교 연구기관인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지난 8월 발표한 ‘2021년 상반기 한국 교회 코로나19 추적조사’를 보면 ‘코로나 종식 이후 예전처럼 주일 현장 예배에 참석하겠다’는 평신도의 응답자 비율은 78%로 나타났다. 목회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코로나 이후 한 번도 예배에 나오지 않은 교인’이 20%에 달했다. 두 조사를 보면 20% 안팎의 신도들이 팬데믹을 기점으로 기존의 예배활동을 이어가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비대면 예배는 팬데믹의 장기화 속에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지난 주일예배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서 ‘현장 예배’는 89%였는데 ‘온라인 예배’도 83%로 꽤 높은 수준을 보였다. ‘온라인 교회 참여 의향률’은 지난해 41%에서 올해 48%로 증가세를 보였다.
종교가 팬데믹을 기점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종단과 관계없이 나오고 있다. 가톨릭신문사와 우리신학연구소의 지난 8~9월 조사에서 ‘팬데믹 이후에도 중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목 활동 1순위’로 ‘본당(성당)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모색과 탐구’(32.4%)가 ‘전례 중심에서 일상 중심의 신앙생활로 전환’(29.2%)보다 높게 나타났다. 목회데이터연구소의 조사에서도 ‘코로나19 사태로 한국 교회가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주제’로 ‘예배의 본질에 대한 정립’이 28%로 가장 많이 꼽혔다.
이런 분위기 속에 최근 바뀐 종단 지도자들은 저마다 변화나 방향을 제시했다. 지난 8일 취임한 천주교 신임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는 취임을 알리는 착좌미사에서 “2030년대를 향해 가는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교회상이 무엇이며, 우리 교구는 어떻게 응답해야 할 것인지 숙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교구장은 “어떤 모습으로 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힘을 모으겠다”며 “교회의 영성적인 삶을 깊여가는 데 힘을 모아 교회가 이 시대에 응답할 모습을 모색하고, 미래와 현재의 주역인 젊은이들을 동반하는 데에 더욱 힘쓰고, 쇄신하고 변화하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의 최고 지도자인 종정으로 추대된 성파 스님은 지난 13일 고불식에서 “시기가 시기인 만큼 어려운 이때 항상 동체대비(同體大悲·천지중생이 나와 한 몸이라는 것을 알고 자비심을 일으킴) 사상으로 호국불교 사상을 유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항상 부처님의 가르침을 염두에 두고 말로 많이 하는 것보다 말과 행을 같이 하는 수행 중심으로 앞으로도 소임에 임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