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선거 후보(사진)의 '부동산 감세' 정책이 안팎의 난관에 직면했다.
문재인 정권의 최대 실정으로 꼽히는 부동산 문제에 분노한 민심을 달래고자 '거래세·보유세 동시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청와대·정부의 반대 및 당내 이견에 이어 포퓰리즘 비판론까지 들썩이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당장 이 후보부터 줄곧 '부동산 불로소득 타파'를 내세워 보유세 실효세율을 끌어올리겠다고 주장해왔다는 점에서 공시가격 발표 시즌에 부동산세 완화를 언급한 것 자체가 '선거용 조변석개'가 아니냐는 비판론이 나온다.
이 후보뿐 아니라 당내 인사의 '말 바꾸기'에 대한 지적은 여기저기서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맡은 윤후덕 의원은 지난해 7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골자로 하는 소득세법과 종부세율 인상법의 여당 일방 처리를 주도했지만, 지난 14일 라디오에서는 "정책 환경이 변화한 만큼 한시적 유예의 정책적 효과가 날 것"이라며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완화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진성준 의원은 지난 6월 종부세 및 양도세 완화 법안 처리 당시 "집값 상승을 유발하는 부자감세에 반대한다"며 끝까지 막아선 강경파지만, 전날 한 라디오에서는 보유세 부담 완화 정책에 대해 "큰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국민의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강구해가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왼쪽 목소리를 많이 내온 사람들이 후보 의견을 따라가다가 스텝이 꼬인다"는 비판이 나온다.
비난은 차치하고서라도 부동산 감세 정책이 과연 표심 확보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이견이 많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내년에 올해 공시가를 적용하면 결국 고가주택만 수혜를 본다"며 "이런 식으로 찔끔찔끔 바꾸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어려움이 있다고 해도 다르게 풀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지역구의 한 의원은 "다주택자가 얼마나 된다고 그들 표를 얻기 위해 부동산 정책을 자꾸 차별화하려고 하느냐"라며 "계속 부동산 정책을 꺼내 드는 것은 과거의 상처를 후벼파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와 당 지도부는 안팎의 반발을 의식한 듯 찬반 의견이 팽팽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유예'에 대해선 당선 후 실현할 공약으로 한 발 빼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당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양도세 개편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그러나 정치적 논란을 피하고자 결론을 미루는 새 양도세 완화 및 가격 하락 기대감이 고개를 들면서 '부동산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퇴양난'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선대위 공정시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채이배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다주택자 중 종부세가 부담돼 매도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양도세 중과 완화를 대선 이후로 하겠다고 하면 매물을 거둬들일 것"이라며 "그동안 시장은 더 혼란스러울 것이고 그 피해는 실수요자들"이라며 빠른 결단을 촉구했다.
야당은 비판 수위를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이 후보가 제안한 보유세 부담 완화 정책에 정부·여당이 호응하고 나선 것을 '관권선거'·'매표행위'로 규정하고 맹비난을 가했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통화에서 "정부·여당이 선거철이 다가오니까 또다시 모든 수단 총동원해서 관권 선거를 벌이기 시작했다"며 "선거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 손바닥 뒤집듯이 정책을 또 바꾸는 건 국민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선거를 앞두고 매표를 위한 술책"이라며 "의석을 앞세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관권선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