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연말 특별사면이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다.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여부는 내년 대선 판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슈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으나, 현재로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결국 특별사면 카드를 꺼내들지 않는 모양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정국의 관심으로 떠올랐던 두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는 3·1절 특별사면이 시행될 가능성이 있는 내년 3월까지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법무부는 20일에 이어 21일까지 이틀간 사면심사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신년 특별사면 대상자를 심의했다.
회의 결과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물론 한명숙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 정치인들은 명단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민생사범과 모범수형자를 비롯, 생계형 사범 위주로 이번 사면이 이뤄지리라는 것이 관가의 예측이다.
이같은 논의 결과는 곧 문 대통령에게도 보고될 예정이다.
물론 사면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만큼, 이제라도 문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결심하고 명단에 포함하도록 지시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청와대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이 그처럼 중대한 결정을 급박하게 내리지는 않으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두 전직 대통령을 사면할 생각이었다면 사전에 법무부 명단에 포함되도록 조치했으리라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들 역시 청와대 내에서 사면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어, 결국 이번 사면 명단에 두 전직 대통령의 이름이 포함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현재 병원에 입원한 박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를 통해 수감 생활을 마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지만, 이 역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날 "검토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문 대통령이 사면 카드를 꺼내지 않은 배경에는 '아직 국민적인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청와대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을 초청해 오찬을 하면서 "전직 대통령 두 분이 수감돼 있는 일은 가슴 아픈 일"이라면서도 "이 문제는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국민통합에 도움이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결국 사면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높아져야 검토를 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 등을 살펴보면 아직 여론의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는 게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판단인 셈이다.
이에 더해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은 내년 대선 판도를 출렁거리게 할 수 있는 '메가이슈'라는 점 역시 문 대통령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야권 일각에서는 국민통합을 앞세워 사면을 결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진보진영을 중심으로는 사면 반대 여론이 매우 강한 상황이다.
당장 올해 1월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사면론을 꺼내들었을 때 정치권에서 격론이 벌어졌던 것 역시 이를 잘 드러낸다.
이런 시점에 문 대통령이 사면을 단행한다면 어떻게든 정치적 행위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대선을 앞두고 철저한 정치중립을 강조해 온 문 대통령으로서는 쉽게 고르기 힘든 카드인 셈이다.
두 전직 대통령의 신년 특별사면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정치권에서는 벌써 다양한 시나리오가 흘러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임기 끝까지 사면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반대로 임기를 마치기 전에 두 전직 대통령 문제를 매듭짓는 측면에서라도 사면을 단행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많다.
나아가 '순차 사면' 방식으로 박 전 대통령만 먼저 사면할 수 있다는 예측이나, 형집행정지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의 수형 생활을 종료시켜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특히 내년 3·1절을 계기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이 다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다만 그 때가 되더라도 대선 직전에 사면을 하는 것은 지금 이상의 부담을 짊어질 수 있어 선택하기 쉽지 않다.
대선이 끝나고 임기를 마치는 5월이 되기 전에 사면을 택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오지만, 대선 결과에 따라 변수가 너무 큰 문제여서 지금의 예측에 큰 의미가 없다는 회의론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