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 70여일을 앞둔 2012년 10월, ‘탈박(탈박근혜)’ 김무성 당시 의원이 박근혜 선대위의 총괄선대본부장으로 돌아왔다. 야전침대를 가져온 김 의원은 “선(先) 집행 후(後) 보고”를 강조하며 선대위를 상황실 중심으로 재편했다. 박근혜 선대위는 ‘김종인·안대희·한광옥’ 3두(頭) 체제의 삐걱거림과 친박·문고리 인사 전횡 등으로 인사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박근혜 당시 후보는 자신이 내쳤던 김 의원을 데려와 전권을 맡겼고 그해 대선에서 승리했다.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과 이준석 대표의 갈등, ‘김종인·김병준’ 마찰 등으로 9년 전의 선대위 인사 난맥상을 되풀이하던 국민의힘이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을 중심으로 선대위 재편에 나섰다. 윤석열 대선후보의 ‘효율적·유능한 선대위’ 개편 주문에 따라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총괄상황본부를 중심으로 일일점검회의와 메시지 단일화로 선대위 난맥을 풀어나가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보여준 선대위 보직자 일괄 사퇴 후 재임명과 같은 대규모 인적 쇄신에는 선을 그었다. 내부 소통 강화와 총괄상황본부 위상 강화만으로는 선대위 난맥을 해소할 미봉책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윤 후보와 김 총괄선대위원장이 대규모 수술이 아니라 내부 재정비를 선택했지만, 실제 ‘효율화·슬림화’ 선대위가 될 수 있는지는 윤 후보의 의중에 달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효율화·슬림화’는 윤 후보가 김 총괄선대위원장과 임 총괄상황본부장에게 사실상 대부분의 결정 권한을 위임하고 현안에 대한 확고한 판단이 있을 때 가능하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에게 이재오 전 의원이, 2012년 대선에서 박 후보에게 김 전 의원이 있었지만 정치 신인인 윤 후보 주변에는 ‘이재오·김무성’처럼 자신의 복심이자 모든 결정을 위임할 정치적 동반자가 부재하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선대위 재편을 명분으로 한 인적 쇄신은 자칫 정치적 기반이 취약한 윤 후보에게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다만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더 좁혀지거나 역전될 경우 남은 인적 쇄신에 대한 압력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의 오랜 후원자를 자처해 온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혓바닥에 꿀 한 방울 떨어지자 다들 눈이 멀었다’는 말을 소개하며 “180석 넘는다고 호언장담하면서, 저마다 제 몫 챙기려 분주했던 지난해 총선 전 이맘때쯤이 생각난다”며 “우리 진영의 모두가 사(私)와 사(邪)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