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형수 욕설’ 녹음파일 집회현장 유포…선거법 위반일까 [법잇슈]

깨시연, 부산 집회서 李 ‘형수 욕설’ 파일 틀어
선관위 해석 근거로 “전체 녹취 트는 건 합법” 주장
법조계 “낙선 목적이라면 원본 유포도 처벌 가능성”
중앙선관위 측 “각 사안별로 검토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뉴시스

“지금 틀어드리는 욕설 영상은 풀 영상입니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원하는 대로 틀어드리겠습니다.”

 

지난 18일 부산 서면의 한 거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규탄 집회에선 이 후보의 이른바 ‘형수 욕설’ 녹음파일이 대형 앰프를 통해 울려 퍼졌다. 집회를 주최한 이민구 깨어있는시민연대당(깨시연) 대표는 “선관위에서 전체 녹취를 트는 건 합법이다(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깨시연은 이튿날 해당 녹음파일과 자막이 담긴 영상을 유튜브에도 게시했고, 23일 오후 3시 기준 조회 수는 4만4000여회를 넘겼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사안에 따라 선거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는 행위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한 반면, 국민의힘 측은 국민의 알 권리에 해당한다며 옹호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편집 없이 원본만 유포했더라도 특정 후보자의 낙선이나 당선을 목적으로 한 행위라는 게 인정된다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후보의 형수 욕설 녹음파일 원본을 공개하는 것이 합법이란 주장은 최근 선관위가 내린 유권해석에 기반하고 있다. 선관위는 민주당 측이 해당 파일 유포 관련 행위들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하자 “후보자의 욕설이 포함된 녹음파일의 원본을 유포하는 것만으로는 공직선거법 제251조(후보자비방죄)에 위반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욕설 부분만 따로 편집해 유포하면 선거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 선관위는 “욕설 부분만 자의적으로 편집해 인터넷·사회관계망서비스(SNS)·문자메시지로 게시·유포하거나 연설·대담차량에 부착된 녹화기로 송출하는 행위는 진실한 사실로써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보기 어려워 후보자비방죄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밖의 경우에는 행위의 동기, 주체·시기·방법, 행위의 전체적 맥락, 그 행위가 이뤄진 사회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체적 사안에 따라 개별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깨어있는시민연대당 유튜브 채널 캡처

국민의힘은 국민의 알 권리와 공공의 이익 차원에서 녹음파일이 전체 공개될 필요가 있다며 반색했다. 원일희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19일 논평에서 “이재명 후보가 형수에게 했던 욕설을 원본 파일 그대로 유포하는 것은 허용되고, 욕설 부분을 표시하는 것도 사안에 따라선 가능하단 뜻”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 측은 “비방이나 낙선 목적으로 녹음파일이 유포될 경우는 무조건 위법이며 법적 처벌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서영교 민주당 선대위 총괄상황실장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본을 유포하는 경우에도 비방·낙선이 목적이라면 맥락에 따라 얼마든지 선거법상 위법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법조계 “당선·낙선 목적으로 했다면 원본 유포 행위도 혐의 적용 가능성”

 

공직선거법 제251조는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 등의 방법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후보자,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 존·비속이나 형제자매를 비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해당 내용이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단서조항을 달고 있다.

 

법조계에선 녹음파일 원본 유포자가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목적으로 했는지에 따라 혐의 적용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본다. 만약 후보자를 당선·낙선시킬 목적이 없었다면, 원본 공개가 팩트를 기반으로 한 후보자 검증 차원으로 해석돼 죄가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의 목적을 갖고 후보자 및 후보자 가족 등에 대해 사실을 적시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선거법 251조가 성립되는 것”이라며 “그런 목적이 없이 원본을 틀 경우에는 팩트를 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의 알 권리에 훨씬 더 가까운 것이라 죄가 안 된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이 후보 녹음파일의 경우에도 원본 유포 당시의 상황이나 유포자와 후보자와의 관계, 유포 수단·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정확한 유·무죄 여부를 가릴 수 있을 전망이다. 대법원은 후보자비방죄 조문 중 ‘당선되거나, 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 부분에 대해 “적극적 의욕이나 확정적 인식임을 요하지 않고, 미필적 인식이 있으면 충분하다 할 것”이라며 “그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는 피고인의 사회적 지위, 피고인과 후보자 또는 경쟁 후보자와의 인적 관계, 행위의 동기 및 경위와 수단·방법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승 연구위원은 “(혐의 적용 가능 여부는) 법원이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현재로선 정확하게 비방죄가 된다, 안 된다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선관위 “원본 튼 것만으로 선거법 위반으로 보기 힘들어…사안별로 검토해야”

 

선관위도 원본 파일 유포자가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는 사안별로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원본 파일을 다 틀었을 때는 개별 사안으로 보긴 해야 하지만, 튼 것만으로 위반된다고 보기는 힘들겠다는 것”이라며 “원본 파일을 게시하더라도 개별 사안에서 게시 방법이 다양할 수가 있고, 자질 검증뿐만 아니라 지지·반대 행위가 부가될 수 있으니까 사안별로 검토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저희는 ‘이 경우에 괜찮다’라는 판단이라기보단 원본을 게시하는 게 공직 후보자의 자질 검증이라는 공공의 이익에 대한 상당성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라며 “(원본 게시 행위가) 바로 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