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이번주 1박2일 일정으로 대구·경북(TK) 지역을 찾을 예정이다.
공교롭게도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직후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보수 정당의 심장부인 이 지역을 방문하게 된 것으로,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 재정립을 새로운 숙제로 떠안게 된 윤 후보가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26일 연합뉴스와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윤 후보는 오는 29∼30일 1박 2일 간 TK 지역을 방문하는 일정을 계획 중이다.
일찍부터 준비해 온 일정이지만, 박 전 대통령의 사면과 맞물리면서 주목도가 높아졌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주도했던 윤 후보는 이같은 악연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부담감과 함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 여론이 다른 지역보다 TK에서 높다는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다.
동시에 박 전 대통령을 의식한 과도한 발언은 중도층 민심을 잃을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야말로 '양날의 칼'인 상황인 셈이다. 이 때문에 TK에서의 메시지 수위에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선대위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당에서는 박 전 대통령 사면을 놓고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면 안 되는 상황으로, 사면 때 윤 후보가 밝힌 입장처럼 건강과 안위를 살피는 메시지를 내는 데 머무르지 않겠나"라고 예상했다.
당내에서는 윤 후보가 해를 넘기지 말고 이번주 안에 각종 논란과 리스크를 털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윤 후보 지지세 하락에 결정타가 된 것으로 지목받는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의혹과 관련해 당사자인 김 씨가 직접 사과해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오는 28일 있을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도 이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선대위 차원에서 김씨가 이달 안에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태희 선대위 총괄상황본부장은 최근 라디오에 출연해 "후보의 공정과 상식의 입장에서 국민들이 충분히 납득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고 본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쨌든 정리를 한 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김씨의 직접 사과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다만, 이는 "윤 후보의 결심이 서야 하는 문제"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을 비롯한 당 내홍과 선대위 개편 문제도 하루빨리 풀어야 할 문제로 꼽힌다. '정치 신인' 윤 후보의 리더십이 의심받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조수진 최고위원과의 공개 충돌을 계기로 상임선대위원장 등 모든 선대위직을 내던진 이 대표는 외곽에서 연일 윤 후보의 선대위 운영 방식을 비판하며, 사실상 해체에 가까운 전면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윤 후보는 물론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선대위 개편에 선을 긋고 있어 갈등 해결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태다. 양측은 이 대표의 선대위직 사퇴 이후 서로 연락조차 주고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에서는 2012년 박근혜 대선 후보 시절 선거를 70여 일 앞두고 김무성 총괄본부장 체제가 수립되는 과정에서 선대위 재편이 있었던 사실을 거론하며, 이번 주를 선대위 개편의 '데드라인'으로 삼는 분위기다.
한 의원은 "이대로는 선거에서 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의원들마다 지역구 여론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면서 "윤 후보가 가급적 이달 안에 자기 정리를 잘하고 리더십을 보이면서 각종 논란을 털어내야 연초부터 새 분위기로 선거 운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