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평론가 돼선 곤란”… 위기감 감돌자 ‘이준석 성토대회’

국민의힘 선대위 안팎서 李에 집중 포화
김종인 “당대표, 선거 승리에 책임 막중”
개인성명 낸 김태흠 “李, 철없고 무책임”
李 “평론이 아니라 대안 담은 제언” 반박
당내선 내홍·2030이탈 등 우려의 목소리
‘6본부장 일괄 사퇴’ 등 전면개편 요구도
일각 “尹, 홍준표·유승민 등도 껴안아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맡고 있던 모든 직을 던진 이준석 대표가 당내 인사들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윤석열 대선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선대위 주요 인사들이 이 대표를 겨냥해 “평론가”라는 등의 표현을 써가며 맹폭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발언이 평론이 아니라 ‘제언’이라며 맞섰다. 윤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자 당내에선 내홍에 대한 우려와 함께 선대위 전면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아 비상상황이고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누구도 제3자적 논평가나 평론가가 돼선 곤란하다.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고, 국민을 설득하고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콕 집어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란 해석이 나왔다. 김 위원장도 회의에서 “선대위에 참여한 모든 분들, 정당에 소속된 모든 분이 각기 자기가 맡은 직책에서 최선을 다해 70여일 남은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정권교체를 해야겠다는 국민 여망에 부응하지 않고는 정치적으로 우리가 존재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당대표는 당대표로서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나갈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용호 공동선대위원장은 회의에서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가 경쟁했던 이낙연 전 후보와 함께 손잡고 있는데,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 있어야 할 대표가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3선의 김태흠 의원은 개인 성명을 내 “당대표라는 자리는 패널이나 평론가처럼 행동하는 자리가 아니라 무한한 책임이 따르는 자리”라며 “그런 당대표가 철없고 무책임한 행동을 하며 당원과 국민의 정권교체 열망에 재를 뿌리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당 대표가 당을 위해 하는 제언이 평론 취급받을 정도면 언로가 막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평론은 평가에 그치지만, 제언은 대안을 담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철근 당 대표 정무실장도 SNS에서 “이 대표를 선출한 당원과 국민을 모욕하지 말라”며 김 의원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국회사진기자단

당내에서는 가뜩이나 안팎으로 윤 후보의 지지율에 악재 요인이 많은 상황에서 이처럼 ‘이 대표 성토대회’ 같은 장면이 연출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이 대표가 2030세대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 점을 들어 외려 그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3선 하태경 의원은 SNS를 통해 “최근 이 대표를 죽이면 윤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갈 수 있다는 당내 기류가 있는데, 심각한 우려를 전한다”며 “지금 윤 후보 지지율이 빠진 주된 이유는 잘못된 청년 기조로 인한 청년층의 이탈”이라고 지적했다.

더 늦기 전에 ‘6본부장 일괄 사퇴’ 같은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앞서 홍보미디어본부장직을 던진 이 대표 외에 주호영 조직총괄본부장, 김상훈·임이자 공동직능총괄본부장, 원희룡 정책총괄본부장, 권성동 당무지원본부장, 권영세 총괄특보단장 등 본부장들이 일괄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선대위 주요 보직을 일거에 교체함으로써 비대해진 선대위를 실무 중심의 ‘슬림한 선대위’로 탈바꿈하는 한편, 대외적으론 쇄신 이미지를 부각하자는 취지에서다. 다만 윤 후보와 김 위원장 모두 선대위 전면개편에 선을 긋고 있어 현실화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총회를 열어 선대위 개편 문제와 당 내분 수습 방안 등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