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맡고 있던 모든 직을 던진 이준석 대표가 당내 인사들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윤석열 대선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선대위 주요 인사들이 이 대표를 겨냥해 “평론가”라는 등의 표현을 써가며 맹폭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발언이 평론이 아니라 ‘제언’이라며 맞섰다. 윤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자 당내에선 내홍에 대한 우려와 함께 선대위 전면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아 비상상황이고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누구도 제3자적 논평가나 평론가가 돼선 곤란하다.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고, 국민을 설득하고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콕 집어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란 해석이 나왔다. 김 위원장도 회의에서 “선대위에 참여한 모든 분들, 정당에 소속된 모든 분이 각기 자기가 맡은 직책에서 최선을 다해 70여일 남은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정권교체를 해야겠다는 국민 여망에 부응하지 않고는 정치적으로 우리가 존재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당대표는 당대표로서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나갈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가뜩이나 안팎으로 윤 후보의 지지율에 악재 요인이 많은 상황에서 이처럼 ‘이 대표 성토대회’ 같은 장면이 연출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이 대표가 2030세대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 점을 들어 외려 그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3선 하태경 의원은 SNS를 통해 “최근 이 대표를 죽이면 윤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갈 수 있다는 당내 기류가 있는데, 심각한 우려를 전한다”며 “지금 윤 후보 지지율이 빠진 주된 이유는 잘못된 청년 기조로 인한 청년층의 이탈”이라고 지적했다.
더 늦기 전에 ‘6본부장 일괄 사퇴’ 같은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앞서 홍보미디어본부장직을 던진 이 대표 외에 주호영 조직총괄본부장, 김상훈·임이자 공동직능총괄본부장, 원희룡 정책총괄본부장, 권성동 당무지원본부장, 권영세 총괄특보단장 등 본부장들이 일괄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선대위 주요 보직을 일거에 교체함으로써 비대해진 선대위를 실무 중심의 ‘슬림한 선대위’로 탈바꿈하는 한편, 대외적으론 쇄신 이미지를 부각하자는 취지에서다. 다만 윤 후보와 김 위원장 모두 선대위 전면개편에 선을 긋고 있어 현실화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총회를 열어 선대위 개편 문제와 당 내분 수습 방안 등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