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사에 흥망성쇠가 있듯 스포츠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도 부침이 있게 마련이다. 도쿄올림픽에서 16위에 그치고, 프로종목 등에서도 수많은 사건·사고가 이어졌던 2021년은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국 스포츠가 명확히 하락세를 띠었던 해다.
다만, 무의미한 하락세가 아니었다는 점은 큰 위안이 된다. 2021년 한 해 동안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맡길 만한 새로운 피들이 속속 수혈된 덕분이다. MZ세대 특유의 거침없는 자기표현에 어린 시절부터 단련해온 기술까지 보유한 10대 선수들과 완숙함까지 갖춘 20대 초반 선수들이 프로와 아마추어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다수 나타났다. 이들이 2022년 이후로도 계속 이 같은 활약을 이어가 한국 스포츠의 대들보가 된다면 2021년은 하락세를 겪었던 해가 아니라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만든 세대교체의 해로 기억될 수도 있다.
올림픽 메달밭인 수영, 육상, 체조에서도 새로운 스타가 나왔다. 수영에서는 황선우(18)가 남자 자유형 200m와 100m에서 세계 최고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고, 육상 남자 높이뛰기에서는 우상혁(25)이 트랙 종목 역대 최고 성과인 4위의 쾌거를 달성했다. 그동안 스타의 명맥이 끊겼던 체조에서도 남자 도마에서 신재환(23)이 금메달을, 여자 도마에서 여서정(19)이 동메달을 만들어냈다.
탁구와 배드민턴에서는 천재 소녀들의 활약이 눈에 띄었다. 각각 종목의 ‘신동’으로 오랫동안 각광받았던 신유빈(17)과 안세영(19)은 첫 올림픽 도전에 나서 세계 정상권 선수들과 당당히 맞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두 선수 모두 메달 사냥에는 실패했지만 재능의 크기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는 활약을 펼쳤고, 올림픽 이후로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역시 천재소녀로 주목받은 스포츠 클라이밍의 서채현(18)도 올림픽 이후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등 큰 대회를 통한 경험으로 쑥쑥 성장하는 중이다.
프로스포츠에서도 어린 스타들이 속속 등장했다. 프로축구 K리그에서는 수원 삼성의 19세 공격수 정상빈이 데뷔전서 골을 넣으면서 스타덤에 올랐고, 상반기 내내 팀을 상위권으로 이끌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프로야구 KBO리그에서는 KIA의 19세 고졸 신인 이의리가 호투를 거듭하며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등 국보급 좌완 삼총사의 뒤를 이을 재목의 출현을 알렸다. 아쉽게도 두 선수 모두 후반기 이후 부상 등으로 상반기의 활약을 이어가지 못했지만, 한국 프로스포츠의 미래로서의 강렬함만은 잃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