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지지율 상승세를 타면서 단일화를 둘러싼 야권의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여론조사 선두권을 달리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최근 하락하고, 이를 틈 타 일부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0%의 문턱을 넘은 안 후보가 존재감을 키우면서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지지율 변동 추세와 맞물려 야권 단일화 필요성을 거론하는 주장이 당 일각에서 계속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의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국민의힘 내부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안 후보가 낮은 지지율에 알아서 물러날 것이라는 '고사 작전' 카드는 현재로선 무색해진 셈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윤 후보를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 후보와 윤 후보 간 격차가 더 벌어지거나 이 후보와 윤 후보가 접전이 이어질수록 안 후보의 몸값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 후보의 하락세가 계속될 경우 보수진영 안팎의 단일화 압박은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단일화 상황을 염두에 둔 듯 윤 후보는 "단일화 언급은 정치 도의상 맞지 않는다"는 기조를 유지하며, 안 후보를 자극하는 말은 자제하고 있다.
국민의힘 측은 일단 단일화 필요성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내부에서 단일화 논의는 없다. 단일화 인정은 패배의 길"이라며 "성찰하고 변화해 다시 지지율을 회복하겠다는 기조"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도 단일화를 일축하고 있다. 다만, 지지율 상승세를 굳힐 경우 독자 행보를 하든 단일화를 하든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안 후보는 이날 국회 정책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으며 "제가 당선되고 저로 정권교체가 돼서 이 시대를 한 단계 더 앞서 나가게 하는 새 시대의 맏형이 되자는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에도 정권 교체를 외치는 두 후보가 종국에는 단일화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대체로 전망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단일화 필요성은 양측 모두 절감하고 있을 것"이라며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당시에도 12월 19일 대선을 불과 2주 앞두고 단일화가 됐다. 시간 자체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유권자가 안정 지향적으로 투표할 경우 그간 제3당엔 전혀 기회가 없곤 했다"며 "이번에는 어떻게 될지 예측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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