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선거대책위원회 전면 개편을 발표한 3일, 윤석열 대선 후보는 오전 한국거래소 개장식 참석을 끝으로 예정돼 있던 공개 일정을 모두 취소한 채 장고에 들어갔다. 그동안 대대적인 선대위 쇄신에 선을 그은 윤 후보가 최근 지지율 하락세 지속으로 위기감이 고조되자 결국 백기를 든 모양새다. 정치권에선 윤 후보가 향후 선대위 개편의 주도권을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에게 위임한 채 후보로서 선거운동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날 윤 후보는 새해 업무 첫날을 맞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2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 및 증시대동제’에 참석했다. 윤 후보는 이 자리에서 “올해 글로벌 유동성 공급 축소의 충격에도 끄떡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자본시장, 외환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윤 후보는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서민금융 살리기’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오후에는 국회에서 상임위원장·간사단 연석회의와 의원총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선대위 총괄본부장 일괄사퇴 등 대대적 개편을 예고한 뒤 갑작스레 일정들을 취소했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취재진에게 “선대위 쇄신과 함께 윤 후보는 현재 이후의 일정을 잠정 중단했다”고 공지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가 총사퇴 의사를 밝힌 의총에도 윤 후보는 가지 않고 김 위원장만 갔다. 윤 후보는 이날 당사에서 김 위원장 등 일부 인사와 함께 선대위 개편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는 특히 지지율 하락폭이 큰 것으로 나타난 청년층을 향해 사과하기도 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출마선언을 하며 청년들에게 공정한 세상을 만들겠다, 청년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겠다고 약속했다. 시간이 지난 지금 그 약속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돌이켜본다”며 “솔직하게 인정한다. 제가 2030의 마음을 세심히 읽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윤 후보는 이날 사퇴한 후보 직속 새시대준비위원회 신지예 수석부위원장과 관련해선 “애초에 없어도 될 논란을 만든 제 잘못”이라며 “특히 젠더문제는 세대에 따라 시각이 완전히 다른 분야인데, 기성세대에 치우친 판단으로 청년세대에 큰 실망을 준 것을 자인한다”고 적었다.
그는 “대통령은 사회 갈등을 증폭하는 게 아니라 조정하고 치유해야 한다. 그것이 정권교체를 위해 제가 대선 후보로 나선 큰 이유이기도 하다”며 “앞으로 기성세대가 잘 모르는 건 인정하고, 청년세대와 공감하는 자세로 새로 시작하겠다. 처음 국민께서 기대한 윤석열다운 모습으로 공정과 상식의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고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