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 중인 2030세대 중심…최근엔 4050세대로 확산세
오디오북은 그동안 팟캐스트 등에 익숙한 2030세대가 주로 이용해 왔다. 유튜브 등 영상에 익숙한 이들 세대는 음성 콘텐츠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오디오북이 풍부해졌고 서비스와 플랫폼도 다양해지면서 이용 흐름이 40대와 10대로도 확산하고 있다. 특히 노안이나 눈의 피로를 호소하는 50대 이상도 이용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이는 역으로 국내 오디오북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걸 의미한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글로벌 오디오북 시장 규모가 지난해 32억달러(약 3조8000억원)에서 2027년에는 149억9000만달러(약 17조7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연평균 성장률로 환산하면 매년 24.4%씩 성장한다는 얘기다.
업계 안팎에선 국내 오디오북 시장이 향후 5년 내에 조 단위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한다. 특히 디지털에 대한 심리적, 문화적 진입 장벽이 거의 없는 데다가 콘텐츠 저력도 매우 크다는 점에서 국내 오디오북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실제 국내에서 오디오복 이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은 확연하다. 윌라가 지난해 11월15일까지 집계한 이용자들의 오디오북 청취시간은 총 1330만시간으로, 전년 514만시간에 비해 무려 2.6배나 배증했다.
박세령 스토리텔 한국지사장은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에서 “오디오북이 아직 대세가 되지 못한 것은 킬러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라며 “국내 오디오북 시장은 초창기에서 과도기로 넘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양질의 오디오북이 충분히 공급된다면 시장이 확장할 것이라는 얘기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역시 기자와의 통화에서 “과거 테이프나 CD 형태의 오디오북이 있긴 있었지만 소규모였는데, 최근 스마트폰이 대중적으로 보급되면서 음원 형식의 새 독서 양식으로 보급되고 있다”며 “콘텐츠가 다양해지고 있고, 책 읽기가 피곤한 바쁜 현대인들이 병행해서도 들을 수 있어서 앞으로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업체 경쟁 치열…“이용자 편의 제고 협업틀 필요”
국내 오디오북 시장을 놓고 윌라와 스토리텔, 네이버 오디오클럽, 밀리의서재 등 오디오북 서비스 업체들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누적 이용자가 200만명이 넘는 윌라는 최근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를 비롯해 많은 문학작품을 전문 성우가 직접 녹음한 오디오북을 서비스 중이다. 지난해 5월 강남 사옥으로 이전한 뒤 사옥 지하에 신규 스튜디오를 오픈했는데, 스튜디오 2곳에 20개의 녹음실과 2개의 강의실을 확보했다. 월 9900원을 내면 2만여개의 오디오북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스웨덴에 본사를 둔 글로벌 오디오북 스트리밍 기업인 스토리텔은 2019년 한국 지사를 설립하고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해리포터’ 한국어판 오디오북을 선보였다. 올해 5월까지 ‘비밀의 방’, ‘아즈카반의 죄수’, ‘불의 잔’ 등 해리포터 시리즈를 매달 한 편씩 공개할 계획이다. 월정액 1만1900원을 내면 한국어 및 외국어 오디오북 5만여권을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다. 네이버 오디오클립의 경우 2만여권의 오디오북을 보유 중인데, ‘구르미 그린 달빛’ 등 유명 오디오 드라마로 차별을 꾀한다. 누적 구독자가 300만명을 넘는 전자책 구독형 서비스 밀리의서재는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텍스트도 같이 볼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향후 이용자가 급증하고 시장이 커질 것을 감안해 전체 오디오북 검색 사이트의 구축과 이용자 접근성의 보장, 책 본래의 결을 살리는 낭독과 제작 관행 수립 등 다양한 제도나 시스템, 관행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 대표는 “현재 전체 오디오북을 종합적으로 검색할 사이트가 없어서 비교 분석할 토대가 미흡하고,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 경쟁이 심해지면서 독점 서비스가 크게 늘고 있는데 이는 나중에 가입하지 않는 이용자들의 접근성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큰 틀의 협업 구조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인기 성우나 배우 등이 제작에 대거 참여하는 현상과 관련해 “최근 오디오북을 만들면서 유명 성우 등을 동원해 과도하게 극화하는 흐름이 있는데, 책 본래의 콘텐츠 결을 살려주고 좀 더 담담하게 제작해 상상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책 콘텐츠 본래의 결을 살려주는 방향으로 저자와 일반 독자들이 참여할 창구를 더 많이 만들어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