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호(號)로 개편이냐 독자 노선이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선대위 개편 방향을 둘러싼 핵심 질문은 ‘김종인’으로 귀결됐다. 대선후보로 선출된 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선대위 합류까지 한 달, 선대위 출범부터 해체까지 한 달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벌어진 선대위의 인선 갈등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논란은 ‘대선 승리를 위한다’는 명분 아래 윤 후보를 둘러싼 김 총괄선대위원장·이준석 대표와 윤 후보 측 사이의 주도권 경쟁의 발로였다.
윤 후보는 전날에 이어 4일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자택과 외부에서 △선대위 전원 사의 수용 △김종인과 총괄상황본부 중심의 경량화 △전원 재신임 등의 방안을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세 방안의 차이는 김 총괄선대위원장에 대한 윤 후보의 신뢰와 권한 부여의 정도에 따라 구분된다. 전원 사의 수용은 김 총괄선대위원장도 배제한 독자 노선을, 전원 재신임은 지금까지 이뤄진 김 총괄선대위원장과 윤 후보 측의 동거를 의미한다. 김 총괄선대위원장과 상황실 중심의 경량화는 남은 선거를 ‘김종인호’로 끌고 가겠다는 선택이다. 경량화가 될 경우 6총괄본부의 일부 통·폐합이 함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 총괄선대위원장이 먼저 꺼낸 ‘선대위 쇄신’ 카드는 이 대표 사퇴론과 함께 김 총괄선대위원장 책임론이 번지는 상황에서 돌파구의 성격도 담겼다. 인적 쇄신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범위를 놓고 고민하던 윤 후보의 허를 찌른 것으로 윤 후보가 잡아야 할 쇄신의 키를 김 총괄선대위원장이 잡게 됐다. 지난 2일까지만 하더라도 선대위 전면 쇄신에 부정적이던 김 총괄선대위원장은 돌연 ‘6본부장 사퇴’를 공식화하면서 판을 뒤집었다. 6본부장과 원내지도부 총사퇴가 지난 주말 사이에 결정됐고 선대위 내부에서 이를 어떻게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갈지를 논의하고 있던 와중의 발표였다.
전날 선대위 총괄본부장급 이상 수뇌부 전원 사의표명 공지가 나간 뒤 김 총괄선대위원장 사의표명만 번복됐던 메시지 혼선의 배경에는 김 총괄선대위원장까지 인적 쇄신의 범주에 넣었던 윤 후보가 김 총괄선대위원장의 설득에 한발 물러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윤 후보 측은 전날 김 총괄선대위원장의 변심을 수용한 데 이어 윤 후보 측은 이날 윤 후보가 김 총괄선대위원장을 배제할 것이라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도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일축해 김 총괄선대위원장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조절했다. 선대위 내부에서는 김 총괄선대위원장의 독단 행동과 그 뒤에 있는 이 대표에 대한 비토가 제기됐지만 ‘김종인 대안 부재론’에 근거한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윤 후보가 김 총괄선대위원장 중심의 선대위 경량화를 선택할 경우 이 대표와의 관계 설정도 또 다른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워도 이준석’과 이 대표를 배제한 선대위 정상화가 검토되지만 윤 후보 측은 이 대표의 ‘내부 총질’에 대한 사과 혹은 재발 방지 없이는 합류가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의) 구체적인 역할은 상의하지 않고 있다”며 선대위 합류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