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4일 공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선거대책위원회 개편안 결정을 위한 숙고의 시간을 가졌다. 지지율 하락에 더해 부인 김건희씨 의혹, 이준석 대표와 갈등 등 총체적인 위기 국면 속에서 꺼내 든 선대위 전면 쇄신 카드로 반등을 모색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어서다. 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 선대위 전면 해체라는 배수진을 친 윤 후보가 당과 선대위 갈등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을지 그의 리더십도 함께 시험대에 올랐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당사로 출근하지 않고 자택과 외부에서 당 원로 인사 등 여러 사람들을 만나 선대위 쇄신 관련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자신을 제외한 선대위 핵심 6개 총괄본부장 사퇴 등 선대위 전면 쇄신 카드를 빼들었지만, ‘후보 전권’을 중시하는 윤 후보는 개편 규모를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광화문 사무실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후보가 어떤 결심을 하느냐를 기다리고 있다”며 “(개편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오늘 중으로 아마 윤 후보가 (선대위 개편안을) 거의 결정할 것”이라고 윤 후보의 결단을 압박했다. 전날 자신이 후보 관련 모든 사안을 직접 통제하는 총괄상황본부 일원화 체제로의 개편 구상을 밝힌 것과 관련해선 “아마 그렇게 갈 가능성이 있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다만 그는 윤 후보와 직접 이야기를 나눴냐는 질문엔 “어제 이미 다 했는데 더 할 게 없다”며 윤 후보에게 연락이 왔는지 묻는 말에도 “들은 이야기가 없다”고 답했다. 윤 후보와 갈등으로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는 이준석 대표의 선대위 복귀 여부와 관련해선 “아직 모르겠다”고 했다.
일각에선 윤 후보가 김 위원장을 포함하는 선대위 재구성을 원할 경우 전면적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은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윤 후보는 본부장보다는 ‘윗선’, 즉 책임이 더 큰 총괄, 상임선대위원장들이 일차적으로 사표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전날 자신의 동의 없이 벌어진 김 위원장의 쇄신 발표에 큰 불만을 갖고 있는 만큼, 김 위원장과 결별하는 방안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다만 두 사람이 여전히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갈등이 최종 봉합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내에서 사퇴 요구가 분출된 이 대표의 거취도 논란거리다.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의 거취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윤 후보 측 권성동 사무총장을 겨냥해 날선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권 총장이 필요에 따라 사퇴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는 취재진 물음에 “입장 표명도 아니고 그게 뭔가”라고 반문했다. 선대위 개편 필요성을 가장 먼저 주장했던 이 대표로선 전면 해체 수준의 쇄신이 있어야 복귀 명분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이다. 권 총장은 기자들에게 자신의 당직은 “윤 후보가 결정할 것”이라며 “어제 (당직 일괄 사퇴라는) 의총 결과가 있지 않았느냐”고 이 대표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맞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