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과 독서실 등 교육시설에 대한 정부의 방역패스(백신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정책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방역패스를 둘러싼 갈등 속에 백신 미접종자의 손을 들어준 법원의 첫 판단인데, 오는 10일부터 백화점과 마트까지 정부가 방역패스를 확대 적용하려는 시점에 나온 결정이어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법원의 이번 판결에 따라 정부가 지난달 3일부터 내린 특별방역대책 후속조치 중 학원과 독서실, 스터디카페 등을 방역패스 의무 적용 시설로 포함한 부분은 행정소송 본안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효력이 일시 정지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종환 부장판사)는 4일 함께하는사교육연합 등 학부모 단체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효력정지)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헌법 제11조의 평등원칙을 근거로, 학원 등을 방역패스 의무적용 시설로 포함하면서 신청인들에게 생길 손해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효력 정지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다.
방역패스로 미접종자가 학원 등을 이용할 때 불이익을 받고, PCR(유전자 증폭) 검사 하는 등의 불편을 겪어야 한다는 점도 근거가 됐다. 학원과 독서실 등의 접근권과 이용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불리한 차별이라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백신 접종자와 미접종자 사이 코로나 감염 확률 차이가 크지 않다”면서, 감염비율 차이만으로는 미접종자의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훨씬 크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덧붙였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던 시점인 지난해 12월 중순 무렵의 12세 이상 전체 백신 미접종자 중 코로나19 감염자 비율이 0.0015%고, 같은 연령대 백신 접종자 중 코로나19 감염자가 0.0007% 정도로 두 집단 모두 감염 비율 자체가 매우 낮다는 설명이다.
특히 “코로나19 치료제가 도입되지 않은 현 단계에서 백신이 적극 권유될 수는 있지만, 그런 사정을 고려해도 미접종자의 신체에 관한 자기결정권은 충분히 존중되어야 하고 경시되어서는 안 된다”는 부분도 주목된다.
앞서 학부모 단체들은 지난달 17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역패스 정책은 청소년 백신접종을 사실상 의무화한 것”이라며 “청소년의 신체의 자유, 일반적 행동 자유권과 학습권, 학원장의 영업권 등을 침해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국민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방역패스 정책을 발표했지만, 소아와 청소년에 대한 백신 접종 부작용이 어떤지 검증도 안 된 상태에서 접종을 강제한다”며 “정부의 독선이자 전횡”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단체의 법률대리인인 함인경 변호사(법무법인 강함)는 방역패스 정책이 포함된 특별방역대책 후속조치는 이미 '처분'에 해당한다며, 사실상의 백신 접종 강제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회견 후 방역패스 집행정지 신청과 처분 취소소송 소장을 법원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