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전북 김제의 정부 보급종 벼 생산지에서 드론이 날아올랐다. 농약이나 방제약을 뿌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촬영 목적이었다. 드론이 찍은 사진은 곧 자동 판독프로그램에 입력됐다. 그러자 프로그램 내에서 도복(벼 쓰러짐) 면적이 정확히 표시됐다. 이날 행사는 국립종자원과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이 정보통신기술(ICT)과 공동 개발한 벼 도복 영상 자동 분석 프로그램을 시연하는 자리였다. 종자원 관계자는 “육안으로 검사할 때보다 검사 정확도와 신뢰도가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사진 한 장으로 쓰러진 벼 비율 판독
◆“보급종 검사 작물, 항목 다양화할 것”
벼 도복 자동판독 프로그램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현장 운영에 들어간다. 앞서 종자원은 지난해 전국 각 지원에서 이 프로그램을 시범운영했다. 관계자들은 검사 편의성과 정확성이 높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경남지원 유영진 주무관은 “포장검사 시 좁은 논둑, 야생동물 등으로 위험한 환경이 많아 검사원이 직접 들어가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드론을 활용해 검사하면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충북지원 백은해 주무관은 “육안으로 찾아내기 힘든 병주나 도복 비율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검사원마다 다를 수 있는 눈높이를 맞췄다”며 “먼 거리에 있는 포장을 촬영할 수 있어 직접 가지 않아도 되는 점이 가장 좋았다”고 전했다.
개선할 부분도 있다. 현재는 드론이 완전한 자율주행을 할 수 없어 검사원이 조종해야 하는데 조작이 익숙하지 않은 경우 육안으로 검사할 때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한다. 종자원 관계자는 “도입 초기라 불편한 점이 있으나 드론 자율주행 시스템과 영상분석 프로그램이 고도화할 경우 지금보다 인력과 시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자동 검사 항목이 일부에 한정된 것도 아쉬운 점이다. 도복 검사 프로그램은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으나, 키다리병 검사 프로그램은 정확도가 떨어져 데이터 확보 등 고도화 작업에 시간이 필요하다. 다른 병주에 대한 자동 검사 프로그램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종자원 관계자는 “시간과 인적·물적 지원이 필요한 작업”이라며 “우수한 종자를 보급하기 위해 자동화 검사 항목과 검사 작물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종자원은 식물체의 크기, 길이, 색채 등을 측정하는 영상분석 플랫폼을 개발해 지난해부터 신품종 심사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단순히 길이와 크기만 판독할 수 있는 기존 미국 국립보건원 개발 프로그램(이미지J)과 달리 굽어진 길이와 색채까지 분석할 수 있어 세계 품종 전문가들의 관심이 높다.
김기연 종자원 식량종자과장은 “국립종자원은 농업인에 공급할 정부 보급종자의 품질관리를 위해 유전자 검사, 드론, 빅데이터 등 기술을 지속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종자 관련 업무에 첨단기술을 접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전문 연구기관과 협업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