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방역 패스 정책 전반에 제동 걸까?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 외 시설에 대한 방역 패스 관련 헌법소원심판, 소송에도 관심 집중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종로학원 강북본원에서 관계자가 방역패스 관련 안내문을 떼고 있다. 뉴스1 

 

법원이 학원 등에 대한 방역패스 대책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학원과 독서실, 스터디카페를 대상으로 하는 정부의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대책에 제동을 걸면서 헌법재판소와 법원에서 심리 중인 다른 시설들에 대한 방역패스 관련 헌법소원심판과 소송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5일 뉴스1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종환)는 4일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대표 등 5명이 권덕철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낸 특별방역대책 후속조치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인용했다.

 

재판부는 보건복지부의 지난달 3일 특별방역대책 후속조치 중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를 방역패스 의무적용 시설에 포함한 조치의 효력을 본안 사건 선고일까지 정지했다.

 

법원 결정으로 백신 미접종자도 학원 등과 독서실, 스터디카페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청소년의 경우는 내년 3월1일부터 시행 예정이라 1심 판결이 그 전에 나온다면 결과에 따라 청소년 대상 방역패스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도 있다.

 

재판부는 방역패스가 진학·취직·자격시험 등에 대비하려는 사람이나 직업교육 또는 직업훈련을 수행하려는 사람들의 교육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직접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또 방역패스가 접종을 간접적으로 강제해 미접종자의 신체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중대한 불이익을 주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접종자도 돌파감염이 상당수 있는 점 등을 볼 때 미접종자만 시설 이용을 제한할 정도로 미접종자가 접종자에 비해 코로나를 확산시킬 위험이 현저히 크다고 보지 않았다.

 

이날 법원 판결이 나오자 방역당국은 "방역패스 적용 확대는 필요하다"며 "본안 소송을 신속히 진행하고, 법무부와 협의해 항고 여부를 조속히 결정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성인 인구의 6.2%에 불과한 미접종자들이 12세 이상 확진자의 30%, 중증환자 사망자의 53%를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방역패스가 미접종자에 대한 차별을 위한 조치가 아닌, 미접종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임을 강조했다. 미접종자의 감염을 줄여야 의료체계 여력을 확보할 수 있어 방역패스는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4일 정례브리핑에서 '마트·백화점까지 방역패스를 적용하면 기본권 침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방역패스는 미접종자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호 조치이고, 의료체계 여력을 보전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중수본의 '확진자·위중증·사망자 예방접종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최근 8주간(지난 10월31일부터 12월25일) 만 12세 이상 확진자의 29.8%, 중증 환자의 53.1%, 사망자의 53.2%가 백신을 미접종했거나 1차 접종만을 마친 사례다.

 

성인 기준 미접종자는 6.2% 수준인데, 위중증·사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손 반장은 "미접종자 감염을 차단할 수록 사망·중증화 피해를 줄일 수 있고, 의료체계 여력이 보존되면 보다 많은 확진 규모를 견디며 일상회복을 진행할 수 있다"며 "이런 전반적인 목적 때문에 방역패스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당국은 이번 법원의 결정이 향후 어디로 튈지에 주목하고 있다. 당장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에만 국한되겠지만 방역패스 적용을 받는 모든 다중이용시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방역패스 제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행정법원의 판단 대상은 학원과 독서실, 스터디카페에 한정됐지만 헌법재판소와 행정법원의 다른 재판부에서 진행 중인 방역패스 관련 소송은 식당, 카페, 영화관, 노래방, 대형마트, 백화점 등 방역패스가 적용대상으로 삼는 시설들 전부다.

 

유튜브 채널 '양대림연구소'를 운영하는 양대림군(18) 등 453명은 지난달 10일 헌법재판소에 정부와 17개 시·도를 상대로 백신패스의 위헌을 구하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지난달 21일 해당 헌법소원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해 본격 심리에 착수했다.

 

또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 등 의료계 인사 다수가 포함된 원고 지난달 31일 1023명은 보건복지부장관, 질병관리청장, 서울특별시장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방역패스 조치를 취소해달라는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도 냈다. 법원은 오는 7일 집행정지 심문을 열기로 했다.

 

학원 등에 대한 방역패스가 교육의 자유·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하고, 미접종자의 신체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하지 못하게 한다고 지적하면서 헌법소원심판과 다른 소송에서도 방역패스가 위헌이라는 판단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판부가 이날 지적한 교육의 자유·직업선택의 자유·신체의 자기결정권 등은 모두 헌법상 명시된 권리다. 재판부는 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험이 미접종자가 접종자에 비해 현저히 크지 않다고 보면서 방역패스가 미접종자 집단에 대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며 헌법상 평등원칙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의 이 같은 논리는 학원과 독서실, 스터디카페에만 한정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른 시설들에 대한 방역패스도 행복추구권과 평등권, 신체의 자유권 등을 침해하는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재판부가 백신미접종자의 감염 가능성이 접종자의 2.5배로 그리 크지 않고 두 집단의 감염비율 자체가 매우 낮은데다, 방역패스로 백신 접종을 강제하기보다 자발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한 게 학원 등이 아닌 다른 시설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는 논리라는 분석이다.

 

이번 재판부 판단은 교육과 관련된 부분이라 좀 더 엄격하게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어 헌재와 재판부의 본안 소송, 다른 재판부의 결론을 예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방역패스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걸 법원이 확인했기 때문에 전체 방역패스까지는 아니더라도 현행 방역패스 대책의 일부는 위헌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