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의 몽니, 의원들의 분노, 윤석열의 방관’ 속 벌어진 국민의힘의 ‘이준석 사퇴 결의안’ 추진은 “다 잊어버리자”라는 윤석열 대선후보의 포용으로 극적 봉합을 이뤘다. 이 대표가 사과와 대표직을 건 재발방지 약속으로 사퇴 결의서를 작성한 의원들의 화를 잠재웠고 윤 후보가 이에 화답했다. 재·보궐 선거 공천권,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 방향 등을 둘러싼 의견 충돌로 윤 후보와 이 대표의 갈등이 재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9시 50분 국회에서 의총을 개최, 윤 후보가 전날 발표한 선대위 쇄신안에 대한 설명을 청취한 뒤 이 대표 사퇴 결의안 토론을 이어갔다. 추경호 의원이 당의 내분과 후보와 원내 의원들을 공개 저격하는 ‘내부 총질’을 이어간 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이 대표의 사퇴를 주장했다. 사퇴 결의안은 이 대표 취임 후 누적된 ‘이준석표 분열 정치’에 대한 반감이 ‘윤석열·이준석’ 갈등에서 폭발하면서 추진됐다.
이 대표는 의총 참석을 거부했지만, 사퇴 결의안을 담은 김기현 원내대표의 최후통첩을 받은 뒤 오후 5시 20분쯤 공개 발언을 전제로 의총장에 참석했다. 이 대표 참석 전까지는 일부 의원을 제외하고 이 대표 사퇴를 촉구하는 의견이 강했다. 이 대표는 30여분간 연설에서 “책임을 방기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면서도 “(선대위가)‘이준석대책위’라고 조소적으로 표현한 그 활동 또한 옳은 것이 아니다”고 자신과 선대위 양측의 책임을 강조했다. 이어 “본질은 이준석의 사과와 반성을 시작으로 2030 세대를 당에 돌아오도록 하는 것이다. 선거운동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윤 후보가 파격적인 방법으로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받도록 하려는 진심이었다”고 항변했다.
이 대표는 연설을 마친 뒤 약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비공개 의총에서 10여명의 의원으로부터 항의를 들었다. 사과가 아닌 변명이라는 지적, 선대위직 사퇴 등에 대한 재발방지가 없다는 우려가 집중 제기됐다. 이어 이 대표는 다시 한 번 연대에 올라 후보와 대표의 갈등에서 빚어진 난맥상을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의원들이 이 대표에게 ‘울산 회동’ 전 잠행과 선대위직 사퇴와 같은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에 대한 재발 방지책을 요구하자 이 대표는 “세 번째 발생하면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는 전날 윤 후보에게 “청년지지를 올릴 연습문제를 제안했고 방금 거부됐다”, 윤 후보의 이날 지하철 인사를 “(연습문제를)푼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고 하면서 윤 후보의 선대위 쇄신 후 첫 행보를 평가절하한 것에 대해 “그 표현이 불편했다면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의총 상황을 전달받은 뒤 이 대표가 연설 중이던 오후 5시 40분쯤 의총장에 가겠다고 결심을 굳혔다. 의총장에 들어선 윤 후보는 연단 위에서 이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권영세 사무총장과 함께 손을 잡고 번쩍 들었다. 윤 후보와 포옹한 이 대표는 전략기획부총장으로 임명된 이철규 의원에게 “내일 당사에 야전 침대를 하나 놔달라. 당사에서 숙식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이 대표의 제안으로 윤 후보는 이 대표가 직접 모는 차를 타고 경기 평택에서 순직한 소방관 빈소를 찾았다.
극적인 봉합에도 불구하고 선대위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한 점은 한계로 꼽힌다. 윤 후보와 이 대표, 이 대표와 원내 의원들이 화해했을 뿐 윤 후보의 선대위 개편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후보 선출 뒤 2달 동안 이어진 선대위 난맥에서 상처 입은 윤 후보의 리더십과 중도 확장성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