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號로 복귀한 이준석이 당사에 야전침대 준비한 까닭

발등에 떨어진 불은 尹에게서 멀어진 2030 표심 잡기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선거 후보(오른쪽)와 이준석 대표가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포옹하고 있다. 국회 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대선을 두 달 앞두고 윤석열호(號)로 돌아왔다.

 

단출하게 개편한 선거대책본부 내 별도의 직함이 없는 리베로격이지만, 사실상 선거 캠페인 전반을 기획하는 '브레인'으로서 대선전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6일 심야 의원총회에서 윤 후보와 화합을 다짐하며 "세 번째 도망가면 당 대표를 사퇴하겠다"며 배수진을 치고 의지를 내보인 만큼, 이 대표는 그간 준비해온 '비단주머니'를 하나씩 풀어내며 하락세로 기운 선거판에 반전을 꾀하겠단 복안이다.

 

이 대표는 당장 다음 주부터 여의도 당사 한켠에 야전침대를 펴고 대선이 끝날 때까지 숙식할 예정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지지율에 비상등이 켜지자 김무성 전 의원이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아 야전침대 숙식을 불사하고 승리로 이끌었던 경험을 살리자는 취지로 보인다.

 

이 대표 측은 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당사 6층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쓰던 사무실에 이 대표의 야전침대를 준비하고 있다. 당 대표실 전체가 당사로 옮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집무공간이 국회 본관 당대표실이 아닌 당사로 옮겨갔다는 것은 윤 후보와의 물리적 거리도 그만큼 가까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회의원이 아닌 윤 후보는 외부 일정이 없을 땐 주로 당사 후보실에 머물며 회의 등을 하고 있다.

 

아울러 이 대표가 '윤핵관'으로 통하는 후보 측근이 아니라 선대본부 내 공식 라인과 소통하며 선거전을 이끌겠다는 의미를 담은 행보이기도 하다.

 

실제로 전날 이 대표가 운전대를 잡은 '아이오닉'에 탄 윤 후보, 권영세 선대본부장, 김기현 원내대표가 대선전의 최종 의사결정체라는 말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작은 전기차가 사실상 움직이는 선대본부였던 셈"이라며 "앞으로 열흘 이내 지지율을 상승시킬 구체적인 필승전략 일부도 짜였다"고 전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윤 후보에게서 멀어진 2030 표심잡기다.

 

가뜩이나 취약한 2030 지지세가 최근 3주가량의 당내 파열음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어서다.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전국 18세 이상 1천2명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각 당 후보의 18∼29세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24%,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10%,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23%로 집계됐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20대 지지율에서 윤 후보가 안 후보에 2배 이상 뒤지고 있는 셈이다.

 

이 대표는 2030 표심에 적중할 '특단의 대책'으로 젠더·게임·암호화폐 관련 정책을 꺼내 들 예정이다. 하태경 의원을 앞세워 관련 기구를 구성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대표는 통화에서 "2030 세대가 윤 후보에게 급격하게 실망하게 된 계기를 재반전시킬 필요가 있다. 젠더와 게임, 암호화폐 문제 관련 정책을 적극 대응하겠다"며 "특히 암호화폐의 경우 단순히 과세 유예 이상의 더 구체적인 정책을 말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