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고통 직접 체험 나선 尹…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한 ‘지옥철’ 탑승

정치권, 윤 후보 ‘생활밀착형 행보’ 비중 높이기 시작한 것에 일단 긍정 평가 /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공약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7일 오전 서울 지하철 9호선을 타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에서 출근하며 윤 후보를 보고 눈물 흘리는 지지자를 위로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청년 스킨십'이 부쩍 진해졌다. 7일 이른 아침 시민들을 만나 출근 인사를 건네고,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한 '지옥철'에 탑승해 출근길 고통을 몸소 체험했다. 

 

윤 후보는 "어휴, 알고는 있었지만 출퇴근이 이렇게 힘들구나 새삼 느꼈다"며 혀를 내둘렀다.

 

뉴스1에 따르면 윤 후보는 이날 오전 8시50분쯤 지하철 9호선을 타고 서울 여의도 당사에 출근했다. 러시아워 시간대에 맞춰 풍무역에서 출근길 직장인들에게 인사를 건넨 윤 후보는 시민들과 함께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이른바 지옥철로 악명이 높은 '김포 골드라인'이다.

 

윤 후보는 국회의사당역에 하차한 후부터는 발걸음이 급한 직장인을 배려해 시민 인사를 자제했다. 다만 한 젊은 남성이 다가와 '셀카(셀프 카메라)를 찍어도 되겠냐'고 묻자 "물론이죠"라며 즉석에서 흔쾌히 촬영에 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옥철 체험은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의 공동 아이디어다. 윤 후보는 이날 '수도권 광역교통망 정책 공약' 발표에 앞서 출근시간대 지하철을 직접 체험하는 '연계 행보'로 완성도와 진정성을 높였다. 지하철을 타기 전 출근길 인사는 이 대표의 이른바 '연습문제' 제안으로, 2030세대와의 접촉면을 크게 넓힌다는 구상이다.

 

두 사람은 전날(6일) 극적으로 화해하고 '원팀'을 선언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을 불과 60여일 앞두고 당 대표의 사퇴 촉구를 요구하는 일촉즉발의 사태에 내몰렸지만, 윤 후보와 이 대표가 막판에 손을 맞잡으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윤 후보는 이 대표가 주장한 '2030세대 중심 세대포위론'을 전격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대포위론은 국민의힘이 2030세대의 지지를 확보하면, 부모 세대인 506070의 지지까지 끌어낼 수 있다는 전략이다. 윤 후보가 이날 지옥철 체험을 기획한 배경은 수도권 광역교통망 정책 공약을 연계한다는 의미가 강하지만, 이 대표의 제안을 즉각 실천한다는 의지도 담겼다는 것이 선대위의 설명이다.

 

윤 후보는 최근 '청년 표심 공략'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새해 첫 주말부터 2030세대에 방점을 찍은 메시지와 공약을 연달아 발표하고, 페이스북을 통해서는 "사실 제가 청년의 마음을 다 이해하지는 못한다"며 자세를 낮추는 등 청년과 눈높이를 맞추기 시작했다.

 

윤 후보는 이날 지하철 9호선을 타고 출근한 뒤 기자들을 만나 "경천절이 2량 밖에 없어서 교통이 아주 불편하겠더라"며 "더구나 (김포는) 젊은 세대들이 많이 사는 지역인데, 출퇴근할 때 아주 힘들겠다"고 출퇴근길 고충에 깊이 공감하기도 했다.

 

정치권은 윤 후보가 '생활밀착형 행보' 비중을 높이기 시작한 것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2030세대 지지율을 다시 높이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공약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지지율 반등 시한은 설 연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윤 후보가 이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여 시민들과 접촉면을 넓히는 행보에 나선 것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며 "시민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친밀감을 높이고, 생활 이슈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더 행보의 진정성이 진해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채 교수는 "2030세대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설 연휴 전까지 확실한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며 "조국사태 이후 586세대가 보여준 기득권과 불공정을 혁파하고, 청년 일자리와 소득을 높여줄 실질적인 공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수세에 몰리니까 이준석과 손을 잡았구나'라는 인식만 줘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주문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윤 후보는 모든 행보에 진정성이 있어야 하고, 한 번만 하는 것은 쇼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며 "이준석 대표와 함께 시민들을 만나고 2030세대의 목소리를 듣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