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엽서-네모 속 시간여행/손장원/글누림/1만5000원
신문물로서 19세기 말 유럽에서 처음 등장한 엽서는 생각지도 못한 역할을 한다. 귀족계급이나 지배계층의 전유물이던 ‘예술’을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즐기고 교감하는 ‘문화’로 바꾸는 한 계기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 처음 엽서가 나온 건 1900년 무렵이었다. 프랑스인 샤를 알레베크(한국 이름 ‘안례백’)가 1900년 파리에서 열린 엑스포에 대한제국 정부 대리인으로 참가하며 만든 ‘알레베크 그림엽서’ 48장이었다.
그는 우리의 궁궐과 풍속을 촬영한 사진을 바탕으로 제작한 이 엽서를 프랑스 현지에서 초콜릿이나 비누, 화장품 등을 팔 때 끼워주거나 한국관을 찾은 이들에게 기념품으로 판매했다. 가로 14㎝, 세로 9㎝ 크기의 때 묻고 헤진 종잇조각에는 100년 전 우리의 삶이 담겨 있다. 엽서에 담긴 그림과 문자 기록을 맞추어 보면 건물에는 누가 살았고, 거기에선 무슨 일이 있었다고 알 수 있다. 누군가의 희열과 눈물이 배어 있다는 사실도 깨달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