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전날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를 남기며 여가부 폐지가 다시 대선 정국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윤 후보의 발언 후 공방이 이어졌다.
윤 후보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가부 폐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전날 다른 구체적 설명 없이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딱 일곱 글자를 남긴 뒤 윤 후보는 이날도 여가부를 폐지하고 “더 이상 남녀를 나누는 것이 아닌 아동, 가족, 인구감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의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여가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는 기존 공약에서 입장을 바꿨다.
최근 윤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상황을 반전시키고자 젠더 이슈를 부각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20∼30대 남성의 표심을 얻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좌파 여성단체들의 자금원 노릇을 하던 여가부를 폐지하고 혈세를 지원받은 시민단체 예산 운용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맞장구쳤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면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이번 대선의 세대별 승부처로 꼽히는 2030 세대에서도 남녀 시각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인 만큼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분위기다.
윤 후보를 언급하는 자체가 민주당의 실책과 분란을 유도하는 ‘정략적 카드’가 아니겠냐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이날 송파구 환경공무관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와 만나 “느닷없이 일곱 글자만 올린 것은 선거전략의 일환”이라면서 “그런 것에 말려들면 안 된다”고 경계했다.
민주당 김남국 의원도 SNS에 “‘여성가족부 폐지’ 7글자에 윤석열 후보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갑자기 ‘여성가족부 폐지’라니 그 연기가 너무 성의가 없고, 준비 부족에 즉흥적”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여가부 폐지’를 거론한 윤 후보를 비난했다. 정의당 선대위 홍주희 청년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윤 후보에게 “경쟁의 분노를 여성 차별로 떠넘기는 시류에 탑승하는 비열한 분열의 정치를 내려놓으라”며 “관동대지진 시 일본이 민심 수습한답시고 조선인학살을 조장한 것이 떠오른다. 여성 머리채 뜯으면 일자리가 생기나”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