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률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이 결정적이다. 하지만 취업률이 계속 하향곡선을 그리던 차여서 코로나19를 극복한다고 개선될지는 의문이란 분석이 많다.
9일 교육부에 따르면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률은 2011년 이후 문재인정부 출범 전까지 67%를 웃돌았다. 이명박정부 때인 2011년 67.6%였던 취업률은 2013년 68.1%까지 높아졌다. 세월호 사태로 소비가 위축된 2014년도에는 67.0%로 낮아지기도 했지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유행하던 2015년 67.5%를 기록하며 반등했다.
◆암울한 일자리 전망
대통령의 당부에도 일자리 전망은 어두운 상황이다. 우선 코로나19가 악화일로 상황이어서다. 교육부는 대졸자 취업률 하락에 대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해외취업이 줄었고, 경기악화로 창업에도 소극적인 모습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지난해는 물론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취업률이 개선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여기에 산업구조의 변화가 일자리 감소를 불러올 것이라는 예상도 이어진다. 실제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노동집약적에서 기술집약적으로 옮겨가면서 취업유발계수가 떨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조사한 전산업 취업유발계수를 보면 2010년 13.8명이던 취업유발계수는 2019년 10.1명까지 감소했다. 취업유발계수란 특정 상품에 대한 최종수요가 10억원 발생할 때 해당 상품을 포함한 모든 상품에서 직간접적으로 유발되는 취업자의 수를 말한다.
해외 시선도 비슷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24년까지 한국 취업시장에서 자동차와 조선 등 주요 8개 업종에서 일자리 34만6000개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으로는 금융보험 분야에서 7만2656개, 전문과학기술 분야에서는 7만2749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WEF는 2025년까지 8500만개 일자리가 자동화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쓸 사람 없다’는 산업현장
취업률은 꾸준히 하락하고, 부정적인 일자리 전망도 쏟아지고 있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다르다. 기업들은 ‘인력이 필요하지만 쓸 사람이 없다’고 호소한다. 인공지능(AI)이나 소프트웨어 등 첨단산업 관련 인력이 부족하지만 관련 학문을 전공한 인재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4차산업협회를 대상으로 산업계 수요 대비 부족한 인력 비율을 조사한 결과, 드론에 이어 3D(차원)프린트, 로봇,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신재생에너지, 첨단소재, AI 순으로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업계 AI 인재의 부족인원에 대해 2019년 1595명에서 지난해 2555명 규모로 늘었고 올해에는 3132명의 인력을 구하지 못한 것으로 전망했다.
이 문제는 대학에서 관련 인재양성을 확대하면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교육부의 대학정원 규제 때문에 어떤 과가 취업률이 높다고 인력을 확대하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여서다. 산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학과의 신입생을 더 모집하게 되면, 그 외의 학과의 정원을 줄여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정보기술(IT) 산업의 발달로 관련 인력이 부족해지자 미국의 스탠퍼드대는 컴퓨터공학과 정원을 2008년 141명에서 2020년 745명으로 확대했다. 반면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정원은 같은 기간 55명에서 70명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박대권 명지대 청소년교육학과 교수는 “취업이 잘 되는 학과의 인력을 융통성 있게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교육계의 복잡한 이해관계와 자존심 때문에 특정 학과의 정원을 늘리고 줄이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