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정책 ‘투트랙’ 전략으로 표심 얻기에 나선다. 부동산과 금융 등 경제분야 메가 공약을 앞세워 유능한 대통령 이미지를 부각하는 동시에 전국 마을 단위까지 세세한 공약을 내걸어 유권자 생활 밀착형 이슈도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이 후보는 9일 부동산 공약을 또다시 제기하며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에 도입하겠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에도 도입하고, 분양 원가 공개를 확대해 분양가 인하를 유도하겠다”며 “용적률과 층수규제도 탄력적으로 완화하여 주택공급이 확대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무주택자와 실수요자를 위한 금융지원 강화도 약속했다. 이어 “생애최초주택 구입자 등 서민·실수요자들이 보다 낮은 금리로 더 많은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각종 정책모기지를 대폭 확대하겠다”며 “고금리 변동금리 대출을 저금리 고정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대출전환 프로그램을 새롭게 마련하겠다”고 했다.
남은 대선까지 정책 슬로건이 기존 ‘전환적 공정 성장’에서 ‘5·5·5 공약’으로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7·4·7공약(연평균 7% 성장, 10년 후 1인당 소득 4만달러, G7 진입)’과 비슷해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선대위 정책본부가 막판 차별화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박영선 디지털혁신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MBN에 나와 “11일 ‘이재명의 메타 정부’란 무엇인지, 그리고 이 후보가 추진하는 디지털 경제, 메타 경제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것을 위한 인력 양성은 어떤 형태로 지원하겠다는 것인지, 이 세 가지를 보여드릴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이 후보는 정책 발표 이후에도 재계 간담회를 비롯한 대·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방문 등 경제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민주당은 또 유권자들이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공약을 만들고자 전국 243개 시군구에 맞춤형 ‘마을 공약’을 선보일 예정이다. 민주당 강훈식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은 “전 국민으로 (공약 준비를) 할 게 아니라 동네별로, 우리 동네가 어떻게 바뀐다는 것을 대통령 공약으로 설명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광역자치단체를 넘어 기초단체 그리고 더 나아가 동 단위까지 대통령 후보가 세세하게 공약으로 내는 것은 지방자치를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李 “비정규직이 보수 더 받아야”… 공정수당 공약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9일 경기지사 시절 시행했던 ‘비정규직 공정수당’을 전국으로 확대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해 갈등을 유발했던 문재인정부와 달리, ‘보상체계 개편’으로 고용불안을 겪는 비정규직에 ‘당근책’을 제시하겠단 것이다.
이 후보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불안정·저임금의 중복차별에 시달리고, 임금 격차로 인한 일자리 양극화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고용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상식이지만 현실은 정반대”라고 했다.
이 후보는 “이러한 중복차별 구조를 공공영역에서부터 시정하기 위해 (경기지사 시절) 경기도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대상으로 근무 기간이 짧을수록 더 많은 수당을 지급하도록 했다”며 “시행 첫해인 2021년 경기도 내 비정규직 기간제 노동자 1792명을 대상으로 기본급의 최소 5%에서 최대 10%까지 차등지급했다”고 소개했다.
이 후보는 이 같은 수당 지급과 관련해 반대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이러저러한 이유로 손 놓고 있기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은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고 했다. 또 “코로나19의 한파가 안 그래도 불안정한 삶을 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더 큰 위협을 가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사상 최대치로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이재명정부는 경기도 비정규직 공정수당 성과를 바탕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해가겠다”며 “비정규직 공정수당이 공공을 넘어 민간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국회, 기업, 노동자들과 함께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李 “코로나 손실보상 다 해주는 게 맞아… 정부 책상머리 생각 때문에 진척 안 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9일 코로나19 피해업종 지원과 관련, “정부 또는 기획재정부 관료들의 책상머리 생각들 때문에 진척이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통한 선제적·전면적 지원이 필요한데 정부는 나랏빚 관리에 급급하다는 취지의 비판이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종로구의 한 소극장에서 손실보상 사각지대 업종의 소상공인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른 나라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 이상 대대적인 지원을 하는 이유가 있다”며 “그들이 돈이 남거나 국가부채가 현저히 낮아서가 아니다. 우리보다 훨씬 더 부채비율이 높고 국가재정이 적어도 몇 배에 해당하는 지원을 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80%니 이런 소리 하지 말자”며 “국가공동체를 위해 피해를 입었으니 다 보상해주는 게 맞다”고 했다. 그 방법으로는 ‘선지원 후정산’, 금융지원 대신 현금지원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가 자주 하는 말이, 다른 나라에 전례가 없어서 못 한다는데, 이건(전면적 보상) 다른 나라에서 많이 하는데 (우린) 반대로 한다”고도 했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도 “(보상) 사각지대에 270여 업종이나 있다”며 “정부에 촉구하고 있으니 여러분을 위한 추경예산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문재인정부 임기 막바지에 빚을 늘리는 데 소극적인 정부도 자영업자 등을 위한 손실보상 확대 가능성은 일부 열어뒀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KBS에 출연해 “왜 피해액의 80%만 주느냐는 강한 문제 제기가 있었으니 이 부분은 진지하게 검토할 예정”이라며 “90%로 늘릴지 혹은 (현재대로) 80%로 하더라도 우리가 제대로 못 찾은 손실이 있는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추경 편성과 관련해선 “정부는 아직 본격적으로 논의하지 않고 있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