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대한민국은 광우병 파동의 소용돌이로 홍역을 치렀다. 2006년부터 2008년 6월까지 한·미 간 수차례에 걸친 협상 끝에 당시 집권 1년차인 이명박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했다. 하지만 파장은 컸다. 광우병과 얽힌 각종 괴담이 전국을 휩쓸며 대규모 촛불시위가 봇물을 이뤘다. 5∼10년 내에 뇌에 구멍이 뚫린다는 ‘뇌송송 구멍 탁’, ‘미친 소 너나 먹어’라는 문구가 난무했다. 어떤 배우는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째로 수입하다니, 청산가리를 입 안에 털어넣는 편이 낫겠다”고 했다. 합리적 비판이나 과학에 기초한 검증도 없이 한국인이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공포만 팽배했다.
‘위험성이 과장됐다’는 한·미 정부의 설득은 바위로 계란 치는 격이었다. 13년이 흐른 2021년 한국인 식탁에 오르는 쇠고기의 절반 이상이 미국산이라고 한다. 미 육류수출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한국에 수출된 미국산 쇠고기는 21억7000만달러(약 2조6060억원)어치다. 미국의 세계 수출 쇠고기 가운데 24.5%를 차지한다. 쇠고기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합리적 가격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탓이다. 이 기간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렸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