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사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멸공’(滅共-공산주의 세력을 멸한다는 뜻) 발언이 논란을 넘어 스타벅스, 이마트 등 신세계 계열사로의 ‘불매 운동’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온라인 커뮤니티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지에서는 ‘보이콧 정용진,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확산됐다. 이는 일본 불매운동 당시 확산했던 이미지와 비슷한 것으로, ‘일본’이 빠진 자리에 ‘정용진’ 이름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근 정 부회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잇따라 ‘멸공’ 발언을 올렸고, 이는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이마트를 비롯한 계열사의 주가를 폭락시킨 원인이 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신세계 주가는 전날 대비 1만7000원(6.8%) 하락한 23만3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에는 8%로 하락하기도 했다.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 5일일부터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이 들어간 기사와 함께 ‘멸공’, ‘방공방첩’, ‘승공통일’ 등의 해시태그를 달았다.
이후 ‘멸공’ 논란이 확산되자 정 부회장은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진을 올리며 자신의 멸공은 “중국이 아닌 ‘우리 위에 사는 애들’(북한)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이 논란은 정치권에서 더욱 커졌다. 정 부회장의 잇단 ‘멸공’ 게시물이 등장한 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이마트를 찾아 멸치, 콩을 사는 모습을 보였고, 나경원 전 의원 등 다른 야당 인사들도 멸치와 콩 관련 사진을 올리며 논란은 정치권으로 번졌다.
이후 일부 여권 인사들은 이러한 야권 인사들의 행동을 지적하며 신세계 계열사 불매운동을 할 것을 주장했다. 현근택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앞으로 스타벅스 커피는 마시지 않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이마트, 신세계, 스타벅스에 가지 맙시다”라는 글을 공유하기도 했다.
SNS 상에서도 ‘정용진 보이콧’은 번지고 있다. 실제 스타벅스 불매운동으로 번질 지는 미지수지만 예상치 못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기에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이후 정 부회장은 주가 폭락과 불매 운동 조짐에 짐짓 논란 눈치다.
신세계 그룹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업하는 집에 태어나 사업가로 살다 죽을 것이다. 진로 고민 없으니까 정치 운운 마시라”며 “멸공은 누구한테는 정치지만 나한테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 일상의 언어가 정치로 이용될 수 있는 것까지 계산하는 감, 내 갓 끈을 어디서 매야 하는지 눈치 빠르게 알아야 하는 센스가 사업가의 자질이라면… 함양할 것”이라고 덧붙여 논란이 되는 발언을 자제하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