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5일 극초음속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한 지 엿새 만에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또다시 쐈다. 특히 이번 탄도미사일은 자신들의 극초음속미사일 수준을 ‘무시’했던 한국 군 당국에게 보란듯이 최대 속도가 마하 10 안팎에 도달했다. 연초부터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북한의 이례적 행보를 두고 전문가들은 대외환경과 무관한 국방력 강화 차원으로 미사일 ‘도발’이 계속될 것으로 봤다.
◆엿새 만에 미사일 최대속도 마하 10
◆北, ‘미사일 도발’ 노림수는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날 오전 5시쯤(뉴욕 시간 10일 오후 3시) 북한의 지난 5일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긴급 토의를 한 직후 이뤄졌다. 북한이 자신들의 극초음속미사일 기술 수준을 과시하는 한편 안보리 회의를 비웃기라도 하듯 미사일 ‘도발’을 연출한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는 이사국들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의견만 교환하고 언론성명 등 별도의 결과물은 내놓지 못했다. 북한이 또다시 미사일 발사에 나서면서 안보리가 다시 회의를 소집할지, 또 이전보다 강화된 대응에 나설지 등이 관심을 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총리관저에서 취재진과 만나 “북한이 탄도미사일 가능성이 있는 것을 발사했다”며 “북한이 계속해서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것은 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북한 발사체가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쪽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일본 정부는 관례로 볼 때 중국 베이징의 대사관 채널을 통해 북한 측에 항의할 것으로 보인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핵수석대표 간 협의 개최 등 한반도 정세 관련 한·미·일 3국 간 지속적 공조 노력을 계속 경주해 나갈 예정”이라며 “북한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해 대화 재개와 협력에 조속히 호응해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또다시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면서 한반도 교착 국면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중국이 자국의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북한의 무력시위를 사실상 묵인하고 있는 상황 때문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중국이 북한 미사일 도발에 사실상 문제없다는 ‘그린라이트’를 켜줬다”며 “2월 베이징올림픽과 3월 한국 대선 기간에도 간헐적 발사를 이어갈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