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신체를 사람에 이식하는 ‘이종 장기 이식’의 역사는 오래됐다. 1905년엔 토끼 신장을 어린이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이뤄졌고, 1963년엔 침팬지 신장을, 1984년엔 개코원숭이 심장을 사람에게 차례로 이식했다.
지금까지 그 결과는 대부분 좋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이식은 ‘돼지, 심장, 유전자 조작’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장기이식 분야에서 획기적인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의료계 동물 장기 이식 ‘기대감’
국내 전문가들은 “한 달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이식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고 높은 기대감을 표했다.
김재중 서울아산병원 심장이식센터 교수는 “사람의 심장이라도 일란성 쌍둥이가 아니면 거부반응으로 면역억제제를 평생 먹어야 한다”며 “유인원은 사람과 유전자가 99% 일치하지만, 돼지의 경우 차이가 커서 3∼4시간 만에 초급성 거부반응이 생긴다. 그동안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왔다”고 설명했다. 이런 초급성 거부반응이 발생하지 않고 3일을 정상 작동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말기 심부전 환자의 ‘새로운 선택지’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말기 심장환자의 기대여명은 2∼3년. 심장이식 대기명단에 올라도 기다리다가 사망하는 경우가 더 많다. 심장은 다른 장기와 달리 살아 있는 사람의 기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기증을 받지 못한 말기 심장환자의 선택지로는 인공심장(좌심실보조장치)이 있다. 심장의 펌프 기능을 도와주는 것이다. 그러나 나이와 동반질환 여부 등 수술 조건이 제한적이고, 5년 생존율이 10% 수준이다. 게다가 배터리 충전도 해야 하고, 탕목욕과 여행이 불가능해 ‘삶의 질’이 떨어진다.
오재원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특히 이번에 이식받은 환자처럼 악성 부정맥 문제 등 인공심장이 불가능한 환자들이 사람의 심장 이식을 받기 전 중간 단계 역할로 돼지심장 이식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원 경희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도 “심장 이식은 뇌사 환자에게서만 나오기 때문에 장기이식이 필요한 환자보다 심장 공여가 적어 대기하다가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며 “동물 장기 이식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면 심장 이식이 필요한 경우에 바로 수술을 할 수 있어 획기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한계도 있다. 조작하는 유전자가 많아 사람 간 이식보다 면역억제제를 과하게 써야 하는데, 이로 인한 합병증 가능성이 크다. 돼지의 평균수명이 짧은 것도 문제다. 김재중 교수는 “돼지 평균수명이 15년으로 사람 수명에 비해 짧다. 이식 후 10년이면 심장 나이가 사람으로 치면 70∼80세 정도가 되는 것이라 기대 여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