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버티기·경기 침체 ‘이중고’에 황학동 중고용품 업주 “외환위기보다 더 절망적”

지속되는 폐업에 쌓여가는 중고용품
상인들 “거리 전체 활기 잃은지 오래”
지난 11일 오전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용품 거리의 한 상점에 중고 그릇이 쌓여있다.

 

2년을 넘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식당, 카페 등 자영업자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과 거래하는 중고 주방가구 판매 상인들의 한숨도 함께 깊어지고 있다. 중고물품을 찾는 손님뿐만 아니라 폐업 후 팔러 오는 업자도 줄어들었다고 이들 상인은 입을 모은다.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감소해 중고 주방가구 판매 시장 전체에 활기가 사라졌다는 게 이들의 전언이다.

 

지난 11일 오전 찾은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용품 거리는 손님 없이 한산하기만 했다. 가구 거리를 지나 나오는 골목길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주방용품 상점들은 개점 시간을 한참 넘긴 오후까지도 굳게 문이 닫혀있었다. 문을 연 상점들도 한 집 건너 한 집 꼴로, 그나마 철제 셔터가 내려져 있거나 천막으로 상품은 덮여 있었다. 무료하게 문밖을 내다보며 앉아있는 이들도 적지 않았고, 상점 조명만 켜놓은 채 자리를 비운 상인들도 있었다. 장기화하는 코로나19 사태로 중고매물 시장이 침체해 선순환이 안 될뿐더러 온라인 중고 플랫폼이 활성화돼 더욱 어려워졌다는 게 이들 상인의 하소연이다.

 

황학동 주방용품 거리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만 해도 국내 최대의 중고 장터로 이름을 날리면서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북적였었다. 수도권에서 음식점이나 카페 창업에 나선 자영업자들이 냉장고 등 주방용품이나 식기·가구류를 사기 위해 들르던 필수 코스였다. 이날은 폐업한 가게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가구를 운반하는 용달 트럭의 움직임만 가끔 눈에 띌 뿐 거리 전체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용품 거리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28년째 상점을 운영 중이라는 김모씨는 “그래도 지난해까지는 중고 가구를 팔겠다는 문의는 계속 있었는데, 요즘 들어 그마저도 줄었다”며 “외환위기(IMF) 때도 지금처럼 절망스럽진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매출 손실은 말할 필요도 없다”고 손사래까지 쳤다.

 

이 상점에서 일한다는 한 직원도 “오전에 그릇을 구경하러 왔다는 젊은 커플 빼고는 손님이 아예 없다”며 “거리 전체가 침울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손님이 없어 매입을 중단한 이도 있었다.

 

상인 최모씨는 “이미 중고물품이 쌓일 대로 쌓여 새로 받지 않는다”며 “받긴 했지만 계속 버티다 폐업을 한 곳의 물품이다 보니 상태가 좋지 않아 안 받느니만 못하다”고도 넋두리를 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중고나라나 당근마켓 등 주로 온라인 거래를 하는 추세라 이곳을 찾는 발걸음이 더 뜸해진 것 같다”며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들어 폐업하는 자영업자는 줄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자영업자 폐업률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1%p 낮아진 11.8%인 것으로 파악됐다. 폐업을 택하면 사업자금 대출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데다 손실 보상도 받을 수 없는 탓에 ‘버티기’에 돌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상인 최씨는 “들어오는, 나가는 물건도 없는 지금이 이곳에 정착한 이래 최대 위기인 것 같다”고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