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불과 두 달 앞두고 12일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가 돌연 모든 일정을 중단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심 후보의 사퇴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선대위는 이날 오후 8시 47분 공지를 통해 “심상정 후보는 현 선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 시간 이후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숙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일정 중단의 배경이나 향후 계획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당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심 후보는 이날 늦은 오후 선대위 공보단에 돌연 모든일정을 중단하겠다고 일방 통보했다.
심 후보는 여영국 대표를 비롯한 극소수 인사들에게만 자신의 결심을 미리 알렸으며, 선대위 핵심 참모들도 당 공지를 통해 뒤늦게 안 것으로 전해졌다.
심 후보는 일정중단 선언 직후 휴대전화를 꺼놓은 상태다. 당 핵심 관계자는 “후보의 갑작스러운 통보에 다들 놀랐다. 참모들이 느끼는 위기의식보다 현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고 후보 스스로 판단한 것 같다”며 “후보는 선대위의 전면적 쇄신책을 두고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 당분간만 모든 일정을 올스톱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갑작스러운 일정 중단을 놓고 일각에서는 ‘지지율 쇼크’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8∼10일 전국 18세 이상 10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심 후보는 지지율 2.2%로 대선 본선 돌입 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국가혁명당 허경영 후보(3.2%)보다도 1.0%포인트 낮은 수치로, 2017년 19대 대선에서의 득표율(6.17%)과 비교하면 약 3분의 1 수준이다.
그는 이날 오후 한국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자신의 저조한 지지율에 대해 “제가 대안으로서 국민에게 아직 믿음을 드리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답답하고 또 많은 고민이 된다”며 “곧 여러모로 성찰의 결과를 국민들에게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선대위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심 후보는 이틀 전인 지난 10일 MBC 인터뷰에서는 최근 지지율이 급상승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 대해 “부럽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심 후보의 사퇴설도 제기되고 있지만, 측근들은 일단 선을 긋고 있다.
심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후보 사퇴나 다른 당 후보와의 단일화 등을 선택지에 놓고 고민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이야기가 많이 있었다. 선대위뿐 아니라 진보진영 여기저기서 줄곧 나왔다”며 “전면적 개혁과 혁신이 필요하다는 게 현재 후보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당내에서는 심 후보가 사퇴 가능성도 열어 놓고 고민하고 있다는 전언도 나온다. 선대위의 한 인사는 “후보가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했을 때는 사생결단의 각오가있지 않겠느냐”며 “후보는 모든 가능성을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 후보 결심에달렸다”고 했다.
심 후보는 이날 저녁 일정중단 공지에 앞서 방송된 채널A 인터뷰에서 “지금 국민들은 정권교체와 시대전환에 대한 열망이 크다”며 “그런데도 제가 그 대안으로서 믿음을 아직 드리지 못한 것 같아 송구스럽고 고심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일정이 중단되면서 13일 오전 심 후보의 참석이 예정된 상임선대위회의 역시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 선대위는 별도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 마련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