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이재명 대선후보를 현 정부에서 탄압받은 인물로 묘사한 것과 관련,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13일 “검찰의 탄압과 문재인정부의 탄압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라면 그거는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최 전 수석은 “당대표가 저런 말을 하니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 40% 돌파라는 것이 장애가 되는 것”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최 전 수석은 이날 YTN에 나와 송 대표 발언을 두고 “지나친 말씀이라고 본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송영길 대표가 좀 신중하고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 ‘대표 리스크’라는 말이 안 나오도록 해야 되지 않나 싶다”고 했다.
최 전 수석은 “저런 생각 자체가 실제로 근저에 깔려있다면 그것은 심각한 문제이고, 교정을 해야 된다고 본다”며 “우스갯소리로 ‘송영길 대표가 아니면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40% 돌파했을 것이다’ 이런 말도 있다”고 했다. 그는 “당원이나 의원들이 대표를 걱정하거나 우려하면 그건 진짜 잘못된 것”이라며 “대표가 오히려 당원들, 지지자, 그리고 소속 의원들을 격려해야 하는데 조금 잘못된 발언”이라고 했다.
최 전 수석은 청와대 관계자들도 자신과 같은 심정일 듯하다며 “문재인정부는 사실 야당은 물론이고 누구를 탄압하거나 혹은 불이익을 주는 것 자체를 생각지 않고 시도하지 않았던 정부라는 것을 국민이 다 아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전 수석은 “우선은 사실에 대해 본인(송 대표)이 분명히 해 줘야 한다”며 재차 ‘대표 리스크’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 이재명 후보의 경우 대통령 지지율에 못 미치는 지지율”이라면서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 조그만 바리케이드라도 치워야 되는 것이지, 그것을 쌓는 순간 40% 돌파가 어렵다는 것이 산술적으로도 그렇고 현실적으로도 분명한 진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표 때문에 40% 못 넘는다, 이것은 단순한 농담은 전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송 대표는 지난 11일 MBC 인터뷰에서 “(이 후보는) 기소돼서 죽을 뻔했지 않나”라면서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정부에서 탄압받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경기지사 시절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끝에 파기환송심을 거쳐 극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고 정치생명이 이어진 것을 ‘정부의 탄압’으로 묘사한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이 후보는 “(송 대표가) 검찰의 수사권 남용 얘기를 하다가 약간 지나친 것 같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친문(친문재인)계 의원 및 지지자들의 여론은 좋지 않다. 김종민 의원은 “문재인정부와 이재명 후보를 분리시켜야 표가 된다는 잘못된 판단, 민주당을 친문·비문으로 가르는 분열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송 대표를 질타했다. 신동근 의원도 “당대표는 분열이 아닌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선에 도전했던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여전히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상당수 당원들은 지금이라도 여러 논란을 안고 있는 이재명 후보 대신 이 전 대표를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