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같은 환자는 얼마 안 돼 신경 쓰지 않는 걸까요?”
이보연(40)씨는 지난해 급성림프구성백혈병을 앓던 아들(당시 12세)을 잃었다. 아이의 죽음이 더욱 황망했던 것은, ‘기적의 치료제’라 불리는 약이 있었지만 써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외국 제약사가 개발한 ‘킴리아’는 단 1회 투약으로도 말기 백혈병 환자 10명 중 8명이 장기 생존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치료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4억6000만원이나 되는 약값이었다. 입원과 진료 비용까지 합치면 5억원가량이 필요했다.
최근 이 후보가 탈모 치료약 건보 적용 공약을 발표해 논란이 된 가운데 치료약 건보 적용을 기다리는 희귀·난치성 질환자들의 박탈감도 높아지고 있다. 건보는 기본적으로 생명이나 건강 문제와 직결되는 의료에 적용돼야 하는 만큼 우선순위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3일 이 후보 측에 따르면 탈모 치료약에 건보를 적용하게 되면 연간 700억∼800억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탈모 치료약을 먹는 이들이 많은 만큼 이들의 약값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필수적인 의료에 건보 적용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중증이나 희귀 질환 중 여전히 비급여 항목이 많은 상황에서 건보재정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건보 적용만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은 “사람을 살리는 약부터 적용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 중 건보 적용이 되지 않는 약이 많아 비용 부담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메디컬 푸어’가 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여전히 필수의료임에도 비급여로 분류돼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하고 돌아가시는 분들이 많다”며 ”대선 후보들이 건보 적용에 대한 우선순위와 재정 마련 계획에 더 신경 써야 할 때”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치매 조기진단을 위한 아밀로이드 뇌양전자단층촬영(PET) △조산을 예측할 수 있는 양수 내 MMP-8 정성검사 △저등급 신경교종 치료에 필수적인 뇌종양 항암요법 등을 우선 급여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건보의 목적은 생명과 건강에 밀접하게 관련된 부상과 질병의 치료를 보장하는 것인데, 노화와 유전으로 인한 탈모는 건보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탈모 치료약에 건보가 적용되면 필수의료를 필요로 하는 수많은 환자가 재정적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