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하디진한 흑빛, 오징어먹물
요즘 와인 덕후라면 한번쯤 들른다는 와인 애호가들의 성지 한남동 ‘릿지828’. 와인에 격하게 진심인 사장이 100% 예약제로 운영하는 와인바다. 그때그때 다른 와인저격 맡김차림(오마카세)을 준비한다. 그날 마실 와인의 종류를 미리 알려주면 와인에 따라 조금씩 다른 디테일의 요리를 내어준다. 맡김차림 메뉴 중 빠지지 않는 메뉴는 파스타와 리소토다. 그중에 검디검은 메뉴, 진한 오일리함이 제대로인 먹물리소토는 만족도가 높다.
해산물을 모티브로 하는 청담동의 모던한 한식 다이닝 바 ‘어물전 청(淸)’. 해산물 한식을 기본으로 일식, 프렌치, 이탈리안 등의 갖가지 스타일을 퓨전으로 풀어내는 곳이다. 각 요리마다 재료 본연의 맛과 개성을 멋드러지게 살린다. 입호강뿐 아니라 눈호강도 한다.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모든 메뉴를 두루 잘하는 모범생이지만, 그 와중에도 어물전 청의 시그니처 메뉴로 단골들에게 꼭 꼽히는 메뉴는 ‘새우버거’다. 누가 봐도 오징어먹물로 만든 까만 빵 사이에는 100% 새우에 빛나는 아주 두꺼운 패티가 당당히 자리하고 있다. 패티는 야무지게 튀겨 바삭한 식감이 도드라지는데, 빵보다 더 커 햄버거 내 지분이 상당하다. 검고 똑 떨어지게 동그란 햄버거 번은 튼실한 새우 패티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둘의 사이에는 매콤한 아이올리 소스와 로메인이 사이좋게 끼어들어 최상의 하모니를 연출한다.
#영양가 높은 검은깨와 검은콩
경주 황리단길 널찍한 길 코너에 폭 안긴 자그마한 식당 ‘경주 원조콩국’. 바깥에서는 작고 허름한 식당 같아 보이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의외로 널찍한 툇마루와 이어지는 방에 왠지 모를 만족감이 피어난다.
경주 원조콩국은 세 가지 따뜻한 콩국을 메인으로 판다. 하나는 달걀 노른자와 참기름을 뿌린 콩국, 또 다른 하나는 달걀 노른자와 찹쌀 도너츠를 넣은 콩국,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검은깨와 검은콩에 꿀을 흩뿌리고 찹쌀도너츠를 올린 검은 콩국이다. 재료에서도 눈치챌 수 있듯 검은 콩국의 고소함은 아주 남다르다. 테이블에 등장하자마자 고소한 냄새가 보통 아니다. 사진 찍는 순간이 원망스러우리 만큼 사람을 향으로 애닳게 한다. 따끈한 온기가 전해지는 걸쭉한 콩국에 쫀득한 찹쌀 꽈배기를 말아먹는 맛은 쌀쌀한 날씨가 찾아올 때마다 경주를 떠올리게 한다.
#존재 자체로 특별한 검은 버섯
물 좋고 산 좋은 충청북도 괴산군. 괴산의 중심가에는 괴산의 특산물인 각종 임산물과 버섯들을 파는 청천푸른내전통시장이 있다. 소형 시장이지만 근처 화양계곡, 쌍계계곡 등 유명 휴양지가 인접해 관광객의 발길이 잦은 곳. 시장 좌측 입구쪽에 위치한 ‘진수성찬식당’은 주민들의 사랑방이자 맛집이다. 사장님이 괴산 인근의 청정 지역 유명산에서 직접 채취해 온 신선한 야생버섯들로 끓인 버섯전골이 별미. 된장을 진하게 풀고 소고기를 넣어 국물이 진하다. 국물을 가를 때마다 드러나는 면사리는 첫인상부터 밥도둑이다. 굵직하게 썰어 넣은 애호박과 대파로 시원함과 달콤함을 덧댔다. 싸리버섯, 까치버섯 등 평상시 구경하기 힘든 각종 버섯들을 모아 팔팔 끓여낸 국물은 맛과 향이 다채롭다. 진한 황톳빛을 띠는 국물 사이사이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검은빛의 까치버섯(먹버섯). 이름처럼 색깔이 먹이나 까치처럼 검다. 식감 자체는 졸깃함에서 조금 질긴 듯하다. 씹는 식감이 좋고 향 역시 끝내준다.
#검은 생선
한적한 연희동 대로변, 이 동네의 소담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건장한 건물이 위풍당당히 위치하고 있다. 정호영 셰프가 운영하는 ‘카덴’이다. 점심이면 제대로 만든 우동과 소바를 만나기 위해 이 조용한 동네에 순식간에 사람들이 줄을 선다. 따뜻하거나 차가운 국물, 우동이나 소바, 그리고 취향에 맞는 토핑을 생각해두면 카덴의 30여가지 메뉴를 이해하기 훨씬 수월하다. 니싱(청어)소바는 토핑 중에서 간장에 절인 청어를 온소바에 올려낸 요리다. 일본간장 특유의 달달한 맛이 지배적인 국물에 주인공 청어는 더 들큰한 맛으로 주인공의 위치를 확보한다. 잘 삶은 면에 간장 절인 니싱을 포갠다. 넷플릭스 드라마 ‘브리저튼’의 흑인 여왕 ‘샬럿 왕비’의 존재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