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음 파일이 대선 정국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김씨의 수사 관련 사안과 사생활 관련 발언을 제외한 일반 정치적 견해에 대해선 방송 보도가 허용되면서 최근 지지율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윤 후보에게 작지 않은 충격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는 14일 김씨 측이 방송 금지를 주장한 9개 내용 가운데 2개에 대해 방송 허용 결정을 내렸다.
김씨 측은 수개월 전에 했던 발언을 구체적으로 다 기억할 수 없어 정치권에 ‘지라시’ 형태로 나돈 내용 등 9개에 대해서만 방송 금지를 요청했다. 이 중 5개 발언은 MBC 측이 방송 내용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고, 2개에는 법원의 방송 금지 결정이 내려졌다. “보수는 돈을 주니까 미투가 안 터진다”, “캠프에는 제대로 된 사람이 없다. 네가(통화 상대방인 ‘서울의 소리’ 측 이모씨) 와서 우리 캠프 지도 좀 해줘라. 내가 말하면 네 자리 만들어줄 수 있다” 등 2개 발언만 허용됐다. 국민의힘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이에 대해 “그와 같은 발언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일단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범위에 포함한 것으로, 실제 발언 내용과는 다를 것으로 판단된다”며 “실제 녹음 파일에 포함되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강력하게 유감을 표명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불법 녹취 파일을 일부라도 방송을 허용하는 결정이 나온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특히 선거를 앞두고 공영방송이 취재윤리를 위반하고 불순한 정치공작의 의도를 가진 불법 녹취 파일을 방송한다는 것은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으로, 언론의 기본을 망각한 선거 개입의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서울의 소리’ 측 이씨가 김씨에게 의도적으로 접촉해 환심을 산 뒤 유도질문을 하는 방식으로 함정에 빠트렸다며 “불법 녹음”, “정치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당내에서는 큰 흐름을 바꿀 정도의 치명적 이슈는 아니라고 보면서도 이제 막 회복되고 있는 지지율 발목을 잡을 악재라는 위기 의식이 큰 상태다. 설 명절까지 윤 후보와 그를 뒤쫓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추이는 향후 야권 단일화 논의의 전개 양상을 바꿀 주요 변수로 꼽힌다. 서울의 소리 측은 법원의 판단과 관계 없이 유튜브 방송에서 녹음 파일을 전부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선대위 수석대변인 이날 법원 결정에 대해 “국민 상식에 부합한 결정”이라며 “국민의힘은 MBC의 방송편성권을 침해하려 한 언론탄압에 대해 분명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