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 지각변동을 예고했던 이른바 ‘김건희 7시간’ 녹취록이 16일 MBC 스트레이트에 의해 일부 공개됐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치명타는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방송 전 ‘본방사수’를 외치며 ‘김건희 리스크’를 부각했던 여권 인사들은 방송이 끝난 뒤 공개 발언을 자제하며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선대위에서 활동 중인 카피라이터 정철 씨는 MBC 스트레이트 보도 뒤 17일 페이스북에 “이쯤 되면 한 점 한 획 편집 없이 7시간 다 까지 않을 수 없겠다”라며 “내일이라도. 어디서라도”라고 적었다. 7시간 녹취록 보도가 불완전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대목이다. 전날 페이스북에 “지상파 시청률 50%. 이번 일요일 이거 한번 해봅시다”라는 문구와 함께 ‘음주금지·공부금지·독서금지·입원금지·결혼금지·사망금지·싹다금지’ 등의 해시태그를 달며 시청을 독려했던 그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도 분위기는 이어졌다. “김건희 7시간, 볼 수 있는 건희”라고 적었던 안민석 의원, “왜 이리 시간이 안 가지”라며 본방사수를 외쳤던 정청래 의원 등은 보도가 끝난 뒤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랜만에 본방사수해야 할 방송이 생겼다”던 고민정 의원은 이날 시청 소감으로 “아침 공기가 차다. 5년 전 찬 공기가 귓불을 스친다”라고 적었다.
민주당 선대위는 방송 전부터 ‘공보단은 입장을 내지 않겠다’고 공지한 바 있다. 국민들이 방송을 보고 알아서 평가할 것이라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김건희 녹취록의 문제점을 적극 지적하고 나선 인사들도 눈에 띄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길 잃은 보수 정당을 완벽하게 접수한 김건희씨”라며 김씨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최순실씨에 비유했다. 추 전 장관은 “녹취록 곳곳에서 김씨가 사실상 국민의힘을 움직이는 실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를 커튼 뒤에서 조종하는 김씨는 마구 내지르는 최순실보다 훨씬 은근하고 영악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윤준병 의원도 페이스북에 ‘김종인이 (캠프에) 오고 싶어 했다’, ‘돈을 안 챙겨줘 미투가 터진다. 안희정이 불쌍하다’는 내용의 김 씨 발언을 나열하며 “국힘당 윤석열 후보도 같은 생각?”이냐고 비꼬았다.